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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Feb 20. 2021

저녁이 되면

살아지는 날들의 의미




저녁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무채색 검은 옷을 걸치고
두 줄로 선 사람들
지상을 향해 올랐다 


하루를 심판받고

창백한 얼굴로 살아남았지만

아무도 기뻐하는 이가 없었


어떤 사람과는 함께 아침 길걸었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그가 보이지 않았


우리는 탈진한 누군가 쓰러져 있어도 

자기만의 정해진 궤도를 따라 흘러가야 했다


생의 소진은 도처에서 일어났


무표정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으

사신의 검문을 피할 수가 없었


마지막 계단을 벗어나
탁한 자동차 매연이라도
지상의 바람을 쐬면

비루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저녁이


집으로 돌아가서
 싸구려 위스키 한 잔으로

하루의 기억을 지워내야 했


그리고

어두운 색의 코트를

또다시 걸어두어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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