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바람이 쌀쌀한 이른 아침
파도를 헤치며 수영을 즐긴 사람들
바닷물을 씻어내며 소란스럽게 웃는다
하늘은 이미 가슴께에 번쩍이는 미러볼을 달아놓고
조각조각 빛나는 물살들은 그 아래에서
줄지어 춤을 춘다
그 빛의 열병식은 걷는 곳마다 지치지 않고 따라온다
파티를 즐기세요
흥겨운 탄생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중천의 해는 뜨거움과 고단함을 선사할 거예요
간밤의 파도는 모래언덕 위로 올라와
사람들의 어지러운 발자국을 말끔히 씻어내었다
그리곤 다시 내려가 순결한 모래밭을 펼쳐놓고 부끄러운 듯 시소를 탄다
파도
흰 포말로 으르렁거리며 달려오다가
마지막엔 힘없이 털썩 쏟아지며
얇은 손으로 백사장을 쓰다듬고 돌아서는
그리곤 또다시 몸을 말아 올려
모래 알갱이들을 맑게 닦아내는
푸른 바다의 의지
갖가지 모양의 구름이 흘러가고
바다 위의 조명도 수시로 바뀐다
먼바다 둥근 빛의 향연이 순식간에 해안으로 뻗어왔다간 다시 물결 너머로 내달린다
간혹 바닷가에 선 사람의 얼굴도
잠시 광채를 얻는다
그 순간
어제는 어제이고 오늘은 오늘이라는
명제가 또렷해진다
흰 파도는 검은 바닷말 한 조각을 흔들며 유혹하고
갈매기들은 사람들 주변을 선회한다
수시로 바다에서 구름이 일어나는 곳
해운대
그 옆 동백섬엔
노을보다도 붉은 동백화가
지천으로 피었다가
밤마다
절벽 아래로 몸을 떨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