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전시회

여주 도예명장 김흥배 작품전

by 김도형


지난 7.18 일요일에 스쳐 지나가며 쇼윈도 밖에서만 사진을 찍었던 도예전이었다. 그런데 그다음 주말에도 인사동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었다.

장소는 갤러리 인사아트 1층.

보통 전시회 기간은 대략 1주일 정도인데 2주간의 전시회는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한, 작가의 자부심이 응축된 행사라고 볼 수 있다.


7.18 바쁜 일정으로 인해 전시장 밖에서 대표작만 찍었다. 사진 왼쪽으로 살짝 등을 보인 분이 작가 김흥배 님이시다.


보통 도예라 하면 전통적인 소재라 익숙하면서도 무언가 다가가기 힘든 분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쉽게 생각하면 어릴 적 찰흙놀이에 세월과 경륜이 더해지고 삶의 관조가 유약처럼 덧입혀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경륜이 깊지 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도 의미가 있고 훌륭한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는 먼 옛날 토기처럼 실생활에 꼭 필요했던 도구에서부터 감상의 대상으로까지 발전한 도자 예술품의 역사가 존재한다.


대형 유리창 밖에서 보았던 작품. 전시장 안에서 다시 찍었다. 햇빛에 반짝이던 앞 모습과는 달리 뒷모습은 은은한 실루엣으로 온화해 보인다.

하긴 달처럼 둥근 항아리에 앞뒤면이 어디에 있겠는가.

김흥배 명장에게 전시 작품 중 가장 애정하는 항아리가 무엇인가를 물었더니 위 작품을 가리키며 예상외의 대답을 하였다.


- 저 작품은 크기가 적당하고 선이 아름답지요. 하지만 항아리 중간에 둥근 테처럼 손으로 빚은 선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네 삶을 닮지 않았나요?


그 순간 작가의 깊은 눈을 다시 바라보았다.


쇼윈도우를 정면으로 자리한 두 개의 백자. 그 순백의 색깔과 유약의 은은한 반짝임, 비껴가는 햇살의 실루엣에 그만 긴장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각 분야의 경력 있는 명인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하여 여러 지자체에서는 일정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중 하나가 여주시에서 검증하고 인증한 도예명인제이다. 최소 경력 30년 이상이어야 심사 대상에 들 수 있다. 김 작가의 경력은 최소 40년 이상. 그런데 시에서 여섯 번째로 인정될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에게 도예의 길을 열어준 친형님은 얼마 전 작고하셨단다.

그 지난한 길을 작가는 또 걷고 있는 것이다.

왜 도자기에 예술가의 혼이 깃들 수밖에 없는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자신의 소개 글과 파격적인 작품 앞에서 설명하는 김흥배 도예명인.

-혹시 이 작품은 구워내는 과정에서 저절로 비틀어진 건가요?

ㅡ 하하. 아니에요. 의도적으로 항아리 입구를 좀 비틀었죠.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전형적인 엄숙한 장인의 모습에서 벗어난 열린 예술가의 편안한 표정이 더욱 마음을 끌었다.



항아리 중간이 일자로 올라갔다. 특이한 모습이지만 작가는 옛 도자의 모습을 본떴다했다. 아마도 굽는 과정에서 항아리가 내려앉아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형태일 수도 있다고 했다


작가님 전시 작품을 대상으로 한 편의 글을 작성할 수도 있다고 했더니 흔쾌히 승락했다. 그리고 지난 전시회의 도록이라며 내어 주며 펼쳐서 설명을 했다.


아래 첫 사진 속의 작품은 아무런 유약칠 없이 가마 속에서 땔감의 재가 내려앉아 엉겨서 스스로 무늬를 만들어낸 것이라 한다.

그 소박하고 편안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가만히 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백자 말고도 이렇게 곱고 화려한, 그러나 기품 있는 달항아리가 도록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달항아리라는 표현은 1960년대 어느 전문가가 사용하기 시작해서 이젠 널리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도자 예술에 시적인 표현이 결합된 복합 예술이 아닐는지.)




이야기가 무르익자 김 명인은 유튜브를 켜서 <나 혼자 산다>의 기안84와 김충재가 자신의 공방을 방문 체험한 방송분을 보여주었다. 알고 보니 전국구로 유명인 예술인이었다. 어쩐지 인터뷰 내내 여유로운 모습이 남달랐다.


순백의 항아리로 둘러싸인 전시장.

마치 흰 구름 속의 하늘나라를 방문한 기분.

유일한 짙은 채색의 복장으로 관람객의 심중을 읽는 듯한 천사장, 아니 도예 명인.


그가 진정한 생활 예술인이라는 결정적인 멘트,

- 하하, 예술활동을 추구하지만 예술만으로는 살 수 없지요. 돈 때문에 전시를 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의 고요한 눈빛에서 한순간도 예술을 떠난, 도예를 떠난 삶을 상상할 수 없음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