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선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서둘러 일을 마치고 가까스로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대기자가 아무도 없었기에 순간 머뭇거렸다
오후 늦은 시간 탓인 것도 같았다
로비엔 간이 의자만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예약인지라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이름을 부르며 인사했다
덕분에 긴장이 약간 풀렸다
체온을 체크하고
비닐장갑을 낀 채로 설문지를 작성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적 있는가라는 항목이 있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여행도 했고 모임에도 참석했었다
그래서 최근까지 세 번에 걸쳐 간이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봉이 콧속으로 밀려들어올 땐 눈물이 찔끔 났다
그런데 콧속이 시원해졌다
아마도 막혔었나 보다
결과는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다
마지막 질문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사실 네 시간 전에 저용량 아스피린을 한 알 먹었다
하지만 혈전 방지용으로 처음 먹었으니 아니요에 체크하기로 했다
어느새 한 노인이 흔들거리며 들어와 옆에 앉았다 그리고 기침을 했다
자리를 옮길까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마스크를 손으로 꼭 여미는 것으로 대신했다
딩동 소리와 함께 데스크 위의 작은 스크린에 진료실로 들어오라는 문자가 떴다
가끔 보는 의사 선생님이지만 오늘은 좀 더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독감 백신 등에 부작용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주사를 접종한 후에는 하루 동안 샤워와 운동을 피하라고 했다
열과 근육통이 있을 시엔 타이레놀을 복용하라고 했다
심한 통증엔 병원이나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 생수 2리터 이상을 마시고 무리한 활동을 자제하라고 했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어릴 적 아플 때 할머니가 보리차 한 대접을 머리맡에 놓아주시던 장면이 떠올랐다
공연히 의사의 표정이 더 따뜻해 보였다
낯익은 간호사는 낮은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50대 대상 백신이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변경된 사실을 모르고 내방한 이들이 따지거나 화를 낸다고 했다
사실 나도 모더나를 기대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오른손잡이냐고 물어보더니 그렇다고 하니 왼팔에 주사를 놓겠다고 했다
첫날엔 접종 부위가 뻐근할 거라고 말했다
응급 시엔 전화 통화가 폭주하니 직접 내방하라고 했다
또 접종은 여러모로 평소에 자주 가는 집 가까운 병원이 최고라고 알려주었다
딱 소리와 함께 어깨에 주사를 놓고는 작은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리곤 한동안 스티커 위를 꼭 누르며 세심하게 주의를 주었다
주사실 벽에 부착된 각 백신의 특징과 주의점을 보여줬지만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간호사는 15분이 설정된 타이머를 쥐어주며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그동안 중년 부인이 한 명 더 로비로 들어왔다 그리고 노인 환자는 흔들거리며 간호사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병원을 빠져나갔다
2021년 8월 10일, 상가 이층의 동네 병원은 엄중한 방역 상황과는 달리 무료한 감마저 들었다
타이머를 반납하러 일어선 순간 전화를 집어 든 직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네, 죄송합니다. 정부의 지침이 변경되어서요...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를 알만했다
2차 접종 기간도 4주에서 6주로 변경되었다
집에 오니 방역본부와 병원에서 각각 다른 문자가 도착했다
2차 접종일 - 9.14, 9.24
어느 쪽이든 부작용이 심하다는 이차 접종일을 무사히 넘기고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검색하니 영국이 연말까지 약 2억 회 접종 분량의 백신을 비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영국의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우월주의에 입각한 인종차별)가 문제로 대두되었다
백신이 절대 부족한 다수의 중저개발국에 비해 엄청난 물량의 백신을 비축한 선진국들의 행태가 국제 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작은 나라,
배고팠던 나라,
외국에선 조국이 코리아라고 말하기 어려웠던 나라
그 나라를 고군분투하여 선진국 반열에 올린 수많은 이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오늘 코로나 바이러스 1차 접종을 마치고 조용히 쉬며 기록을 남겨본다
(일부 접종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