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하늘의 잠자리

by 김도형


3평이 채 안 되는 사무실.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의 크기는 잡지 두 권을 펼쳐놓은 정도이다.


숨쉬기가 답답할 즈음 창을 열고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여러 개의 점들이 움직였다. 자세히 보니 잠자리 떼였다. 이삼십 개의 작은 비행체가 허공의 투명한 탑을 에워싸듯 빙빙 돌고 있었다. 잠자리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떠나지 않았다.


한참 전부터 날아다니기 시작했을 텐데 올여름엔 처음 보았다. 사실 녹지가 부족하고 대기오염이 심한 도심에서는 잠자리도 만나보기 쉽지 않은 손님 중 하나다.


어릴 적 많이 보았던 잠자리는 장수잠자리, 고추잠자리, 밀잠자리, 실잠자리 등이다. 가끔은 새까만색 날개를 가진 친구도 에 뜨였는데 신기하면서도 약간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녀석은 단연코 커다란 눈과 짙은 무늬의 몸통을 가진 장수잠자리였다.


꼬맹이 때는 이놈들을 잡으러 친구들과 함께 답사리비를 가지고 근처 학교의 연못으로 가곤 했다. 커다란 마당비로 녀석들을 잽싸게 덮친 다음 조심스럽게 수색해야 했다. 날쌔고 힘 좋은 이 친구들은 탈출에도 능했다. 심지어 큰 입으로 손가락을 깨물기도 했다.


사냥에 성공하면 다리나 꼬리에 실을 묶어 하늘에 날렸다. 녀석들의 빙빙 돌아가는 힘이 좋아 일종의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진녹색으로 빛나던 큰 눈을 보면 드래곤플라이라는 명칭이 어울릴 만도 다.


초가을쯤 나타나는 고추잠자리는 몸통이 선명한 빨간색이었다. 사이즈가 적당해서 장대 끝에 앉아 있으면 살며시 다가가서 손으로 잡기도 했다. 잠자리는 인기척을 느끼면 날개를 밑으로 바짝 내리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리곤 여차하면 이륙해 버렸다. 그래서 타이밍과 재빠른 손놀림이 생포의 관건이었다. 가까이 접근한 후 순간적으로 그 얇은 날개를 두 손가락으로 잡아채서 날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잡아서는 손가락 사이에 날개를 접어 한 마리씩 끼우고 다녔다. 심지어 한 손에 세 마리까지 끼워서 자랑하던 친구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실잠자리이었다.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에 존재하는 생명체 같았다. 연약해 보이지만 완전한 몸체를 가지고 있었고 투명한 날개로 풀숲 사이를 하늘하늘 날아다녔다. 생김새는 철사처럼 가늘었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개구쟁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덕분에 포획 목록에 오르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갈 즈음 잠자리를 풀어주면 접혔던 날개를 쉬이 펴지 못하고 한참을 풀잎 위에 앉아 있었다. 돌이켜보면 잠자리에겐 참으로 모진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은 잠자리도 많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코비드19 바이러스 사태는 직접적인 감염 외에도 사람들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자가격리의 답답함을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어느 여학생의 비보도 들렸다. 할리우드의 한 갑부도 단절감을 호소하다가 고층 건물에서 투신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렇다고 어떻게 목숨을 버릴 수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얼마 전 다소 붐비는 장소를 방문한 뒤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어 자가 격리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깨어 있는 두 시간, 갇혔다는 의식으로 가득찬 두 시간은 영겁의 시간처럼 지루하고 답답했다. 심장이 마구 뛰며 호흡하기가 힘들어졌다. 바깥 공기를 숨 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하루도 아닌 단 두 시간 만에 집 밖으로 나서야만 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단절된 세계에서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갖가지 상황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연민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겪는 아픔은 그들 자신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과오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잠자리의 비행이 각별하게 다가온다.

언제든 제한될 수 있는 자유를 향유하는 것은

폭풍 전야의 고요한 파티에 초대받은 것과 같은 느낌이다.


최근 일정한 양의 거리두기가 길어지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피로감이 지속되다보니 바이러스대한 경각심도 다소 느슨해진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갖고 각 지역의 방역 지침에 기꺼이 동참하는 세계의 수많은 시민들이 건재한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픈 하루이다.


God bless you & me!



물 위로 실잠자리가 날아다니고 소금쟁이가 동심원을 만들었다.

* 표지 사진 : 실잠자리,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