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고지서

by 김도형


친구가 아프다


이미 차가운 알코올 냄새에 익숙해져 있기에


진료 받는 길에 동행했다


- 닥터가 뭐라든?


그렇다면 이건 그런 거고 그건 이런 거야


가만히 고개 숙이고 듣다가


어느덧 풀 죽은 강아지 같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단서를 잡아채 살펴보고


비로소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 흠... 이 정도는 우리 나이에 암것도 아니야


하면서도 등신 같은 놈이라고 내뱉고 싶었다



생의 고지서!


누구나 받아 드는 계산서를 들고서


우리는 하염없이 길을 걸었다


수없이 많은 질문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고


마침내 쓰러지지 않기 위해 길가에 앉았다


숨으면 안 돼


같이 가야 견딜 수 있어


질문엔 항상 답이 있으니까


그 짝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나는 씨앗보다 작은 낱말들의 온기로


납처럼 창백해진 그의 얼굴을 마구 문질러댔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 분 중 라이킷을 누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산밤이 한 알 풀섶에 툭 떨어지면 소리만 남기고 이내 보이지 않듯

우리의 마음도 때로는 그러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가 보내온 고향의 이른 가을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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