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쟁이의 새우 요리

케첩고추장갈릭 새우

by 김도형


비 오는 날 시장에서 국밥을 한 그릇을 사 먹고 들어오면서 야채와 족발과 생새우를 좀 샀다.

새우는 큰 덩치로 봐서 당연히 수입산(아마도 태국산?)일 것이었고 족발은 국내산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 비가 와서 오늘 매출이 좀 그렇죠?

- 아, 뭐 그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죠~

족발 매대 사장님은 칼질을 하며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덤덤한 그의 대답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가령,

- 네,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빨리 포장 접고 들어갈 판입니다,하면

- 애고, 그러시죠? 그래도 힘내세요!라고 답하면서 족발 싼 검은 봉지를 휘날리며 뒤돌아설 텐데 그의 느긋한 반응에 별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결국은 왜 기존 장터에서 떨어진 곳에 임시 장터가 생겼는지(장터 공사 중), 언제까지 운영하는지(금년 12월까지) 등의 감사 공무원 같은 질문만 하다가 헤어졌다.


새우는 1킬로에 1만 5천 원이란다. 그래서 몇 마리 정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40~50마리 정도 된단다.

그건 너무 많으니 1만 원어치만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단다. 아마도 비에 손님이 없는 덕을 본 듯하다.


집에 들어오니 한 사람은 외출 준비 중이었다. 한 번 휙 훑어보더니 갔다 오겠다고 한 마디를 던지고는 나가버렸다.

무시받은 새우를 또다시 냉동실로 유배 보낼 수는 없었다.

내가 샀으니 결자해지!


예전에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본인이 직접 버터갈릭 새우구이를 해서 내놓았다.

비주얼은 그럭저럭이었으나 맛을 보니 안주감으론 제법이었다.

그렇게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먼저 깨끗한 물로 두 번 씻어냈다.



그리고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냈다.

해산물은 삶는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질겨지고 만다. (요린이들 주의사항!^^)


예전에 제주 우도 바닷가에 텐트 치고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다음날 아침에 나무배 타고 들어오는 어부님을 발견하고 생문어를 사서 끓였다. ( 환호함)

그런데 고무보다 질겨져서 일행 모두가 먹기를 포기했다. ㅠ

나는 아쉬운 마음에 오그라들었지만 탱탱한 문어를 한동안 붙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데침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위 사진처럼 금방 거품이 끓어오르기에 뚜껑을 닫아놓으면 곤란하다. 한 번 넘치면 뜨거운 불에 찌꺼기가 타 붙어서 세척이 매우 힘들다.

그러므로 남편들이여~

아내의 냄비와 프라이팬이 검게 변했다고 탓하지 마라. 그냥 힘센 당신이 닦아주라~

(그런데 힘주다가 그릇 내부 코팅을 벗겨내면 쫓겨나는 수도 있겠다)



알맞게(대충 눈짐작) 데친 왕새우를 깔 준비~

귀찮지만 새우 입에 찔릴 수가 있으니 고무장갑 장착~ 그런데 넘 번거로워서 곧 벗어버림.

(얼마 전 한 주부가 새우를 손질하다 손가락을 찔렸는데 그만 파상풍으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났었다.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새우님도 좋은 곳으로 가길 빌어보자.)



뽀얀 속살과 껍질이라는 잔해들^^

머리와 껍질에 키토산이 많다는데, 쩝.

그런데 한참을 까면서 든 생각 -

혼자 먹겠다고 이 짓은 못 하겠넹~



일단 야채, 마늘에 들기름을 두르고 살짝 익혔다.



그리고 레시피를 급변경했다.

버터야 고소한 맛을 따라가기 힘들지만 몸에 썩 좋지는 않을 테니 케첩 고추장 갈릭 새우로 전환했다.(실은 냉장고를 대충 보니 버터님이 오리무중)

새우 살을 넣고 케첩을 투하하고 큰 누님 도시텃밭의 귀한 고추로 만든 고추장을 선사~


이 요리의 포인트는 단매이다.

토마토 캐첩의 단맛과 고추장의 매콤한 맛의 조화.

그러므로 기본으로 캐첩과 고추장의 비율을 2:1로 하면 된다. 물론 취향에 따라 가감은 맘대로~

특히 마늘은 알싸한 맛이 나도록 좀 많이 넣는 것이 좋다. 또한 간 마늘 보다는 씹히는 식감이 나도록 으깬 마늘을 넣는 것이 좋다.



매운맛과 색깔이 덜해서 역시 큰 누님표 태양초 가루를 마지막으로 추가 투하~



이렇게 나의 혼밥이 완성되었다.

아까워서 새우 머리도 몇 개 같이 볶았다.

근데 머리는 식감이 별로여서 따로 전자레인지에 1~2분 돌렸더니 꾸덕꾸덕해져서(애초 목표는 바삭바삭) 먹을만했다.

새우살은~

넘 맛있었고 속이 든든해졌다.


이렇게 먼 나라 백성까지 허기를 면해주시니

남쪽 바다 용왕님께 감사라도 드려야겠다~^^






사진만 찍어두고 2 주 이상 미루다 요리 글을 첨으로 올렸다.

요리 글은 은근히 초원의빛 님 글에서 자극과 용기를 얻었다.

그녀의 밥상은 가히 감탄할만하다.

더불어 그 복 받은 남편의 정체도 궁금해진다.


오늘 특별히 새우 요리를 올린 까닭이 따로 있다.

우리 조상들은 봄가을 환절기에 허해진 몸을 위해 보약을 챙겨 드셨다.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한약재의 수입 및 오염 실태가 화제가 되곤 한다.

그러니 식약동원이라고 먹거리를 신경 쓰면 더 좋은 방법이겠다.

특히 새우와 굴은 스테미너에 아주 좋단다.

혹자는 새우의 높은 콜레스테롤을 염려하기도 하는데 얼마 전 별 문제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매일 혹은 자주 먹는 것이 아니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마지막 한 가지,

야외가 아니라면 새우 소금구이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 한 번은 지인들과 집에서 이 요리를 하다가 너구리를 잡을 뻔했다.

창문 환기? 별 소용이 없었다.

특히 요즘은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폐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힌다.


* 40대 이후론 집밥으로 통곡물 섞인 잡곡밥을 강추한다.

(근데 건강할 땐 귀찮고 한 번 크게 몸을 상하고나면 자동으로 찾게 되니 이 또한 삶의 아이러니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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