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걷기로 했을 때
넘어질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무수한 시도 끝에
마침내 비틀거리며 일어나
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길은 때로 있었고
또 때론 없었다
조각 길 위에는
바람이 내리고
눈비가 불었다
사람들은
웃으며 지나갔다
그리고 자주
인사조차 상처로 남았다
종착역을 알 수 없는 길
오직
길이 있어
걷고 또 걸을 뿐
끊어진 길 앞에서는
잊었던 날들이 되살아나려 꿈틀거렸다
숨은 길을 찾아 걸으며
마음의 페이지를 한 장씩 찢어버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듯이
그래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