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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Oct 11. 2021

걷는다는 일


두발로 걷기로 했을 때

넘어질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무수한 시도 끝에

마침내 비틀거리며 일어나

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


길은 때로 있었고

또 때론 없었다


조각 길 위에는

바람이 내리고

눈비가 불었다


사람들은

웃으며 지나갔다

그리고 자주

인사조차 상처로 남았다


종착역을 알 수 없는 길


오직

길이 있어

걷고 또 걸을 뿐


끊어진 길 앞에서는

잊었던 날들이 되살아나려 꿈틀거렸다


숨은 길을 찾아 걸으며

마음의 페이지를 한 장씩 찢어버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듯이

그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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