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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Nov 24. 2021

산티아고 가는 길

신미영 작가의 산티아고 순례기를 읽고


산티아고 가는 길은 단조롭다

걷다가 먹고 잠들 뿐


어스름 새벽이 되면

다시 흙 묻은 신발끈을 조이고

마른 빵과 물을 챙겨야 한다


날이 더우면

걷다가 땀을 흘리고

날이 궂으면

빈 몸으로 비를 맞는다


간혹 길 가에

오래된 나무 한 그루 있으면 축복


그 아래 앉으면

여러 개의 가지가 감싸 오고

수많은 이파리들이 팔랑이며


돌길


수없이 발에 차이고 나서야

그 고마운 뜻을 알게 되니

두 발로는 부족한 길

굽은 지팡이와 함께 가야 하는 시간

애초에 온전한 내 것이란 음을

몰랐던가


길을 잃었다고 단념한 저녁

어둠 속에 목마르고 허기지자

그리운 어머니가 떠오른다


발걸음을 멈추고 싶은 그 순간

언덕 위 성당의 작은 불빛이

소리 없이 반짝인




* 신미영 작가님의 <산티아고 순례기>는 계획으로만 그쳤던 영혼의 여행지에 대한 열망을 다시 지펴낸다.

작가님의 기록이 너무 생생하여 감상을 이입시켜 보았다.

부디 작가님의 글에 누가 되지 않길 바라며...


(앞 두 구절은 신작가님의 글에서 따왔다.

물론 주된 내용도 님의 순례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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