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신미영 작가의 산티아고 순례기를 읽고
산티아고 가는 길은 단조롭다
걷다가 먹고 잠들 뿐
어스름 새벽이 되면
다시 흙 묻은 신발끈을 조이고
마른 빵과 물을 챙겨야 한다
날이 더우면
걷다가 땀을 흘리고
날이 궂으면
빈 몸으로 비를 맞는다
간혹 길 가에
오래된 나무 한 그루 있으면 축복
그 아래 앉으면
여러 개의 가지가 감싸 오고
수많은 이파리들이 팔랑이며 반긴다
돌길
수없이 발에 차이고 나서야
그 고마운 뜻을 알게 되니
두 발로는 부족한 길
굽은 지팡이와 함께 가야 하는 시간
애초에 온전한 내 것이란 없음을
왜 몰랐던가
길을 잃었다고 단념한 저녁
어둠 속에서 목마르고 허기지자
그리운 어머니가 떠오른다
발걸음을 멈추고 싶은 그 순간
언덕 위 성당의 작은 불빛이
소리 없이 반짝인다
* 신미영 작가님의 <산티아고 순례기>는 계획으로만 그쳤던 영혼의 여행지에 대한 열망을 다시 지펴낸다.
작가님의 기록이 너무 생생하여 감상을 이입시켜 보았다.
부디 작가님의 글에 누가 되지 않길 바라며...
(앞 두 구절은 신작가님의 글에서 따왔다.
물론 주된 내용도 님의 순례기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