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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Nov 30. 2021

707의 의미


어느새 2년 차 브런치 유랑인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글을 읽고 동료 작가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아 왔다.


밖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 세계적인 재난이 회오리치는 환경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코로나 사태의 심각한 상황을 직접 언급한 글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영향으로 굴곡진 삶의 모습은 여러 작가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우한 일기> 같은 극적인 기록은 아니더라도 한국인으로서 묘사한 이 시대의 팬데믹 기록물이 브런치에서 보이지 않아 매우 아쉬웠다.

물론 그 대상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아니면 전체 작가들의 글을 미처 다 검색하지 못한 게으름 탓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보니 내 글은 <나만의 일기장>이라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오픈된 장의 일기.

특별한 연계는 없어도 지나가는 시선이 존재하는.

삶과 미래에 대한 안목이 그저 감상 차원에 머무르곤 하지만.


그동안 글을 올리는 심정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겪었다.


 1. 조심스러움 ->

 1. 교류를 시작하는 설렘 ->

 1. 구독과 댓글을 통한 고양 ->

 1. 교류의 변천을 겪으며 느낀 무상함 ->

 1. 글의 소재와 결에 대한 자가 검열 해제 ->

 1. 나만의 글쓰기. 그 의미 탐색


위의 정리는 대략적인 것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서술이 변할 수도 있다.

어쨌든 최근의 글 쓰는 마음은 응모나 출판과는 아주 멀어졌다.

그런 식으로 의욕이 줄어들었고 또한 편안해졌다.


구독과 댓글의 의미는 작가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첫 구독한 작가는 이드 님과 추세경 님이다. 그들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그들의 팬덤은 컸고 교류는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두 작가분은 방문을 멈추지 않고 관심을 표해 주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A 작가와 B 작가와 셋이서 도원결의 아니 브런치 결의를 맺었다가 다시 멀어져 갔다. 각자의 배를 타고 천천히, 삶이 그러하듯이...


변함없는 박성원 님과 류완 님 명단에 교직 경험을 가진 작가 분들이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그렇게 나의 구독 작가는 7이라는 숫자를 완성했다.

그리고 우연히도 나를 구독하는 이들도 70이란 숫자에 머물렀다.

어느 날 찍힌 70.7은 일종의 마법 같은 완성의 숫자로 다가왔다.

물론 앞으로 이 숫자는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추후의 변화로 인한 다른 숫자는 더 이상 완결의 의미를 주지 못할 것 같다.


이러한 숫자 이미지는 글쓰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해제시켰다.

한 꼭짓점에 닿았다는 느낌.

그 전의 갈증 또한 이미지 속에 존재했던 것이므로.


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편협한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사생활의 소재화에도 강한 제약내면에 존재했다.

그러기에 편하게 가족 얘기까지 펼쳐내는 작가들에게 감탄과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있는 그대로가 아닌 내 기준으로 평가하곤 다.

전혀 쓸데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가끔씩 댓글을 달지만 감흥이 지나쳤는지 교류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댓글은 작품과 작가에 관한 주요 정보 소통 로이다.

때론 감탄과 격려가, 때론 새로운 영감이 오고 가는 곳에서 종종 선을 넘고 마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댓글 쓰기도 점점 삼가게 된다.


707.

칠월 칠석날 인연이 된 707호.

브런치에서 70과 7을 만난 며칠 전.

이젠 큰 욕심 없이 떠오르는 것들을 편안하게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혹은 써도 그만, 아니 써도 그만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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