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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Dec 04. 2021

다시 대선이 돌아왔다


굳이 분류하자면 k의 정치 성향은 진보적 중도층에 속했다.


 k는 지난 주말 1년 만에 전 직장 동료들과 모임을 가졌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서로

만나기 어려웠으나 회원 중 두 명의 딸과 아들 결혼식이 있었기에 간헐적으로 얼굴을 볼 기회는 있었다.

얼마 전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이 발표하자 이에 맞추어 혼주 된 이들의 답례 인사차 망년회 겸 모임 공지가 카톡에 떴다.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7명은 모두 참석할 의향을 밝혔고 안전을 위하여 모임 장소를 한 회원의 집으로 정했다.

그러나 막상 약속 당일이 되자 오전에 세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인한 불참을 알려왔다.

불참자의 사정은 각기 달랐지만 최근 요 며칠 상황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로 우려가 높아지는 시점이었다.

결국은 혼주였던 두 사람을 포함한 네 사람만이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음식 솜씨가 빼어난 집주인은 대추와 밤이 들어간 윤기 흐르는 영양 약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넷이 모두 모이자 그녀는 활 전복과 가리비와 석화를 찜기에 넣고 익혔다.

k가 날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식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한 회원은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러 직접 싱싱한 회를 두 접시나 포장해 왔고 다른 회원은 새콤한 사과를 한 박스 들고 왔다. 또 다른 회원은 프로폴리스와 꿀이 섞인 특별한 홈 메이드 와인을 가져왔다.


오랜만의 만남은 화기애애했고 서로 가족들의 근황까지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한 명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같은 직종에 종사하던 선배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전갈이었다.

향년 62세.

모두가 장탄식을 하며 관리자의 자리에 올라 고된 업무에 심신을 혹사한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암이 발견되었는데 이미 3기였다고 했다. 수술 후 회복되어 잠시 업무에 복귀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재입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난 것이었다.


이후 화제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건강 관리 상황으로 옮겨갔다.

서로 관리하는 성인병에서부터 복용하는 건강식품과 일상 속의 신체 관리까지 팁을 주고받았다.

앞으로 남은 생은 평균적으로 20~30년, 그중에서 병상을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날은 고작 10~15년이라고 누군가가 언급했다.

순간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자 <그러니까 오늘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지~>라고 말하며 집주인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애를 다.


이야기는 흘러 어느덧 대선을 향한 현 정치상황에까지 다달았다.


어떤 사람은 여당 후보로 선출된 이모 씨 가족사의 잔혹함과 토지 과세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격 미달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사람은 야당 후보 중 한 명인 윤모 씨의 아내와  장모의 투기 수사건을 언급했다. 그리고 그가 당선되면 최순실 사건처럼 국기문란이 재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는 언론의 비평처럼 여야 유력 대선 후보 중 낙선하는 이는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퇴임 후에는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이는 두 후보 모두 고소고발건으로 본인 혹은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k는 여당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과 야당 후보 부인의 사생활 폭로전이 구체적인 고소고발건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 조치가 뒤따르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연관된 구석이 있다면 정식 수사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그러기에 양쪽 모두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취한다고 여겼다.


k는 개인적으로 표를 주기에는 양쪽 다 중대한 결함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차라리 정치 신인인 전 부총리 출신의 김모 씨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대립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두 명이 그것은 사표에 불과하다고 즉각 의견을 피력했다.


k는 자신이 당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를 찍지 않는 것은 나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한 인물이 뜻을 꺾지 않고 다음 대선을 기약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손길을 내밀어줘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k는 수시로 왜곡된 보도들이 양산되는 현 상황에서 주요 사안을 쉽사리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보았다. 사실 언론을 통해서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는 정보 파악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카풀로 동승해서 돌아오는 길에도 한 후보의 지지자는 지나치게 강한 신념으로 투표를 종용했다. 그는 그 후보의 정당이 기반으로 삼는 지역 출신이었다.


k는 선거 때만 되면 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하던 사람들이 왜 정치인들의 선악과 시비에는 눈을 감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부 지역이나 혈연으로 뭉쳐서 지배력을 획득하려는 모의는 공동체의 삶을 망가뜨릴 뿐인데.


k는 집에 돌아와 손발을 씻으며 익숙한 고사성어를 떠올렸다.

사필귀정.

어떤 이유로도 부정한 이들에게 내 권리를 양도하지 않으리라.

미약한 정의라도 그 뜻이 세워져야만 다음 세대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이므로.



* 브런치에서 정치적 이슈의 글을 남기는 행위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즉 나의 신념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거나 전파하기 위함이 아니다.

에세이나 시를 발행할 때 주로 나만의 감상, 내면의 변주를 그려내는 것에 의의를 둔다.

마찬가지로 현시점을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개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상황과 사건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지나친 외면이나 골몰이 아닌, 담담한 자세로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묘사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정치 관련 글은 각 정당의 확고한 팬덤 때문에 이래도 저래도 비난을 받기 쉽다)


현재의 판단은 훗날 역사가 되었을 때 그 선악의 기준이 뒤바뀔 수도 있음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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