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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Feb 22. 2022

글 숲에서 길을 잃다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었던 숲에

겨울이 찾아왔다


땅을 일구던 손길도 사라지고

고랑에는

시들어버린 채엽 몇 장만이 누웠다


오랜 시간 끝에

친구가 어깨를 들 수 없다전화했

또 한 친구는 넘어져서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계절 따라 깊어지는 우울감을

어찌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이들의 처지

그들을 둘러싼 절박과 절망의 벽이 얼마나 높은가


빛나던 청춘의 날들도

어느 가을 아침에 우수수 지고 말며

어리석게만 보이던 눈빛들도

이 땅에 존재했던 소중한 목숨이었음을


눈발이 날리면

침잠의 계절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는 것


경을 그저 바라보지 못하고

글로 끄적이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까




* 어느덧 숲의 향기도 빛도 느낌이 줄어들었다.

마음의 감각세포가 매너리즘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더욱이 여러 글 친구들이 각기 다른 통증을 호소해왔다.

그러자 감각도 전염되는 듯 몸과 마음이 서서히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가지 개인적인 일로 스트레스가 커졌다.


어느 한순간 맥이 탁 끊기며 무중력 같은 상태가 찾아왔다.

공황장애?

모든 지난날도, 써온 글도, 존재한다는 의식도 한 줌의 의미없이 공중으로 떠돌기만 했다.


친구들의 글이 때론 알림으로, 제목으로, 마지막 문장으로만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것도 인생일테니 슬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마침 부산에 거주하는 절친이 잠시 내려와 쉬다 가라고 연락을 다.

결국은 마지못해 가는 시늉으로 공항 로비에까지 닿았다.


그 친구는 그의 연락이

물에 빠진 사람에게 내민 손길과 같음을 아직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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