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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Mar 11. 2022

봄이 열리는 곳

개구리의 컴백


초저녁 아차산 기슭

산책로를 따라가니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조금 더 나아가 작은 계곡 위에 서니

발아래 물웅덩이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인기척에 작아졌던 음향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 커지곤 한다


이틀  경칩

정말로 마른 땅을 뚫고 개구리가 나올까나

이 산중 어디에 물이 고여 있는 줄 알고 모일까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만 자다가 깨어나

힘든 짝짓기를 할까나


그러나 산개구리들의 간절한 발성에

사람의 근심이란

참으로 쓸모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짙은 붉은 반점으로

초췌한 갈색의 산림을 흔들어 깨우는

생동감


문득

백신 접종의 후유증으로 무기력한 일상에

리듬감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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