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먼 하늘을 한참 돌아
지상의 가로등 아래서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바람의 손길 따라
나부끼는 빗방울의 군단
애타게 그리던 비는
검게 타오르는 벌판 위로
스며들어 불꽃을 삭혀낸다
이역만리 언 땅에는
광기 어린 전쟁으로
사람들의 영혼이 육신에서 분리되었다
비가 내린다
수많은 눈물이 엉기어
흰 연기로 붉게 타오르는 대지를 적신다
* 다행히도 비가 내린다.
깊은 산중의 숨은 불씨를 이제야 다스리겠다.
그리고 이 비엔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눈물도 섞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