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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May 06. 2022

미나리


비어 있는 집  도랑

미나리가 무릎가까지 가득 자랐


마당을 지나 방문 앞에 서니

여전히 누군가가 앉아 있을 것만 같았


거울 앞에는 쓰다만 화장품 몇

옷장 안에는 한 생을 지낸 여인의 사계


엄니는 근처의 요양병원으로 가는 날

동안 방문 고리를 잡고 놓지 않았다


나무는 안다

뿌리를 고 자리를 옮기는 일은

때로 호흡마저 단절시킨다는 것을


며칠만 더 지나면 어버릴 오월의 머리카락


얘야, 어서 베어 오너라

미나리 부침개 해 먹자

바람이 익숙한 목소리를 흉내냈


이젠 홀로 뜯는 푸른 나물

전을  젓가락 입에 

갓 시집온 새색시의 분향 퍼져 나갔다




* 가정의 달, 오월에 노인요양원이 잠시 가족들의 대면 면회를 허락했단다. 근 1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간 친구. 그는 돌아오는 길에 미나리를 한 아름 베어왔다. 그리곤 미나리전을 부치고 막걸리를 곁들여 사진을 찍어보냈다.

- 어서 라, 미나리 전이 기다린다~

정겨운 그 말 뒤엔 엄니 얘기가 조용조용 따라 나올 것이었다.


휠체어에 앉아 볕을 쬐며 눈물짓던 여인.

- 고추가루가 냉장고에 있으니 가져가거라.

그 이는 끝까지 어머니이고 싶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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