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 가는 길에
종종 지나치던 채소 가게
할머니가 검은 비닐봉지에
콩나물을 가득 담아간다
한 바구니가 천 원이라는 말에
주머니 속 지폐를 꺼내 들고 만다
그리곤 타박이나 받지 않을까
콩나물 봉투를 무릎으로 툭툭 치며 간다
잠시 바라보던 친구
그래 콩나물밥이나 해 먹자
즉석에서 간장 양념장을 만드는 사내
콩나물 안칠 때는 참기름 몇 방울 떨구면
감칠맛 난다는 말 따위는 삼켜버려야한다
하얀 도자기 그릇에 뜨거운 밥이 담기고
노란 머리의 콩나물들이 얼굴을 내민다
새콤달콤한 양념장으로 비벼 한 입 쏙
점점 숟가락에 오르는 밥 양이 많아진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곤
마음은 고향 부엌으로 흘러든다
여름이면 김치와 양념장만으로도 풍족했던 밥상
오늘 말없이
상을 마주하고 밥 먹는 이가 있다
적당히 굽은 등 위로 햇살이 쏟아지는데
그의 얼굴 그늘 한 켠으로
어머니가 바둑이가 매미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 생각해보니 맛있게 먹은 콩나물밥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 대신 먼저 해먹은 김치전 사진이 있어서 올려본다.
시루에서 물만 끼얹어줘도 쑥쑥 자라는 콩나물이 참 신기했던 때가 있었다.
콩나물을 많이 먹어야 키 큰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자주 듣곤 했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