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by 김도형


마당을가로지르는줄하나

하루짠내를씻어낸옷가지로

알록달록긴휘장을달아맸다


얘야장대좀높이세워보렴


늘어진줄을직각으로들어올리면

할아버지와아버지의옷을따라

가족모두의치장이높이솟아올랐다


마른땅위로한줄의물방울이떨어지고

바람은묵직해진천들을천천히밀어댔다


한낮빛이면족한여름날의세탁


느닷없이소나기라도올라치면

맨발로라도옷가지를걷어들여야했다

굵은빗방울이흙먼지를일으키며

마당에들어서면

지붕처마까지줄을타고오른

나팔꽃덩쿨들도몹시흔들렸다


억센비가잠깐다녀가고

다시햇살이돋으면

눅눅해진천들은또한번외줄에올랐다


물과바람과햇볕으로만나펄럭이는생


해가넘어가기시작하면

땅속습기가피어오르기전에

방안으로모두를거둬들여야했다


아무것도걸리지않은날도있었다

그때는긴장대도한쪽벽에기대어쉬고

파른하늘만느긋하게걸터앉아있었다




* 적당한 빨랫줄 사진이 없어서

멀리서 찍은 부산항대교 사진을 대신 올려본다.

하늘을 밀어 올리듯 솟아 두 팔로 팽팽히 공간을 잡아당겨 다리를 지탱하는 모습.

아파트 베란다의 건조대와는 사뭇 다른 지난 시절의 빨랫줄.

그것에 배어든 정서를 잠시 더듬어보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