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무렵
가시 덩굴 길게
담장 밖으로 뻗어낸
나를 보신 적 있나요
화려한 듯 수줍게
혼자서는 부끄러워
친구들과 어깨 맞대고
당신의 골목길에 서 있는
나를 보신 적이 있나요
불면에 시달렸을지도 모르는
흐트러진 머리 위에
가만히 향기를 얹곤 하는
나를 혹시 못 보셨나요
단단한 가시 속에 말아넣던
그대 향한 마음
생붉게 터져나오고마는
나를 차마 보신 적이 없나요
* 온갖 꽃 피고 진 후에 장미 꽃송이가 열렸다.
건조한 열기가 고조되는 시기.
비구름을 간절히 부르는 제의 향연처럼 덩굴장미가 가득 피었다.
가까이 가야만 풍기는 향기.
화려한 품격이 연상되는 이유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붉은 꽃잎은 담장 바닥에서 다시 피겠지.
그래도 서운하지 않은 마음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