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는아무때나오지않는다
가물어풀잎이일어서지못하고
새들도목말라울음을그치며
벌판의아지랑이조차야윌때
공중에습기가엉기어맺히고
큰바다의이랑진숨결이불어와
진회색커튼으로해를가리면
닫혔던하늘이통째로부서져내린다
좁아진하천과강으로큰물이흘러들고
계곡과평지의토사를쓸어내려
황톳빛으로서로뒹굴어불어나서
마침내강뚝머리까지넘실거리면
물가버드나무는속절없이누워버리고
부유물들은애도하듯그주위를빙빙맴돈다
그누구도이계절을피할수없으니
어떤이는먼발치서가슴을부여잡고
어떤이는다가서서낮은울음을토해놓는다
강물위로떠밀려가는세월의잔해
소년의낙서는널판지조각으로흩어지고
맨발의여인은젖은강변을따라사라진다
그리움으로갈라터져
붉은상처가덧날때면
억수로쏟아지는장맛비
사람의가슴에도큰비는아무때나오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