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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ul 07. 2022

장마

큰비는아무때나오지않는다


큰비는아무때나오지않는다


가물어풀잎이일어서지못하고

새들도목말라울음을그치며

벌판의아지랑이조차야윌때


공중에습기가엉기어맺히고

큰바다의이랑진숨결이불어와

진회색커튼으로해를가리면

닫혔던하늘이통째로부서져내린


좁아진하천과강으로큰물이흘러들고

계곡과평지의토사를쓸어내려

황톳빛으로서로뒹굴어불어나서


마침내강뚝머리까지넘실거리면

물가버드나무는속절없이누워버리고

부유물들은애도하듯그주위를빙빙맴돈


누구도이계절을피할수없으니

어떤이는먼발치서가슴을부여잡고

어떤이는다가서서낮은울음을토해놓는다


강물위로떠밀려가는세월의잔해

소년의낙서는널판지조각으로흩어지

맨발의여인은젖은강변을따라사라진


그리움으로갈라터져

붉은상처가날때면

억수로쏟아지장맛비


사람의가슴에도큰비는아무때나오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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