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에 전원이 나가듯
사랑을 잃었다
무지개처럼 피어났던 사랑
스팸 문자보다도 빠르게 사라지고
꺼진 화면 위로는 희미한 그림자만 남았다
폰 바탕 사진 속 웃는 우리
사랑에도 간편식처럼 유효기간이 있었나
뒷면의 날짜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잘못일까
너와 나 사이에 은밀히 꽃 피던
라일락향 가득한 정원
그 문이 닫히고 빛이 꺼지자
비로소 사랑이 사라졌음을
빈 휴지통만이 허탈한 모습으로 남았다
* 점점 사랑의 속도도 빨라진다.
큐피드의 화살처럼 포물선을 그리는 것이 아닌
누리호처럼 바로 하늘로 치솟아버리기도 한다.
급격한 사랑의 불꽃은 깊은 숙성을 기다릴 수 없다.
하긴 싱싱한 샐러드만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난다.
시대에 따라 감정의 형태도 변화된다.
사랑의 마음과 이별의 아픔이 살아 있다면
그 입은 옷은 크게 형식을 따질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