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씩
가슴에 종을 품고 있지
한여름 가득 비가 쏟아지면
가만히 걸어 나와 젖어드는 종이 있지
바람 불고 흰 눈이 내리면
소리 없이 발자국을 남기는 종이 있지
종도 처음엔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
부딪혀도 아파할 줄 모르던 때가 있었지
하지만
종잇장처럼 얇은 날들도 스쳐 가며
내밀한 기억을 흠집처럼 새겨 넣는다는걸
그래서 종소리는 매번 달랐어
칠 때마다 울리는 상처가 달랐거든
속속들이 비워낸 몸을 매어 달고
홀로 끊임없이 진동하는 동종
누구나 가슴에 하나씩 품고 있는
정해진 시간도 없이 울어대는 종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