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형 Jul 22. 2022

심종

누구나 하나씩 가슴에 종을 품고 있지


누구나 하나씩

가슴에 종을 품고 있지


한여름 가득 비가 쏟아지면

가만히 걸어 나와 젖어드는 종이 있지


바람 불고 흰 눈이 내리면

소리 없이 발자국을 남기는 종이 있지


종도 처음엔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

부딪혀도 아파할 줄 모르던 때가 있었지


하지만

종잇장처럼 얇은 날들도 스쳐 가며

내밀한 기억을 흠집처럼 새겨 넣는다는걸


그래서 종소리는 매번 달랐어

칠 때마다 울리는 상처가 달랐거든


속속들이 비워낸 몸을 매어 달고

홀로 끊임없이 진동하는 동종


누구나 가슴에 하나씩 품고 있는

정해진 시간도 없이 울어대는 종이 있지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