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

누구나 하나씩 가슴에 종을 품고 있지

by 김도형


누구나 하나씩

가슴에 종을 품고 있지


한여름 가득 비가 쏟아지면

가만히 걸어 나와 젖어드는 종이 있지


바람 불고 흰 눈이 내리면

소리 없이 발자국을 남기는 종이 있지


종도 처음엔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

부딪혀도 아파할 줄 모르던 때가 있었지


하지만

종잇장처럼 얇은 날들도 스쳐 가며

내밀한 기억을 흠집처럼 새겨 넣는다는걸


그래서 종소리는 매번 달랐어

칠 때마다 울리는 상처가 달랐거든


속속들이 비워낸 몸을 매어 달고

홀로 끊임없이 진동하는 동종


누구나 가슴에 하나씩 품고 있는

정해진 시간도 없이 울어대는 종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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