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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Aug 16. 2022

두부 종소리


아차산 기슭 아랫 동네 

골목으두부 장사가 지나간다

오후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창문을 두드리는 종소리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굳은살이 박이도록 오르내린 언덕

손으로 끌던 리어카는 작은 전동차로 바뀌었다


짐칸에는 뜨근한 모두부와 굵은 판계란이 실렸다

이젠 힘들어 못하것어, 내 나이가 여든둘이여.

노인은 굽은 손으로 연갈색 비닐봉지를

 뒤집어서 두부 한 모를 담는다

반투명한 봉지 속에서

적당한 무게로 흔들리는 저녁거리

간장 양념 얹은 생두부면 족할 것이


비가 억수로 쏟아져

우산을 펴 들어도 곧 다 젖고말 날씨

한참을 지나도 골목에는 인기척이 없다

창문을 닫아걸 즈음

소나기를 뚫고 다가오는 소리가 있다

딸랑딸랑

찬 비에도 노인의 두부는 식지 않았다


오늘도 두부 종소리는

지친 저녁을 위로하며 순례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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