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기 전
가뭄에 지친 숲은
진즉에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뜨거운 숨을 훅훅 불어댔고
대지의 물웅덩이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밤도 열기로 몸을 비틀어대는데
식은 지 오래된 내 사랑은
좀처럼 덥혀지지 않았다
여름이 가을이고
가을은 겨울인
변두리 삶으로 걷는 길
더위는 문을 두드리며 안부를 물어왔다
그 여름이
한바탕 물난리로
잊지 못할 장면을 걸어놓고
뒤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 숨쉬기조차 힘든 열기.
하지만 기억 속의 여름은 더 뜨거웠다.
땡볕을 날로 쬐어 땀띠 가득했던 한여름의 풍경.
시간은 몸의 불을 서서히 식혀갔다.
불이 없으면 싸늘히 식는 몸과 의식.
희망도 빛을 잃어갈 즈음 더위가 찾아왔다.
땀 좀 내시고 일어나 보세요~
천둥 벼락을 동반한 여름의 격정.
위험하지만 그 불기운에 의지한 바가 있다.
올여름도 크고 작은 재해로 피해를 당한
많은 분들의 조속한 치유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