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자
혼자일 때에는 하늘을 보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람과 그 사람이 가진 것만 보였다
그러니 아무도 없는 빈 거리에서는
하늘을 보자
가라앉는 눈을 들어
늘 거기 있는 하늘을 보자
사람의 일은 변하기 쉬워
서로에게 아픔이 되곤 하니
땅 위에서 상처가 깊어질 때는
저 멀리 하늘을 보자
어두운 하늘이 푸르게 밝아지고
또다시 검게 적막해지는 하늘을 보자
우리의 바램이란 한 때의 흩날리는 빗방울 같은 것
그것일랑 저절로 말라 사라지게 두고서
고개 들어
살포시 두 어깨에 손 올리고 서 있는
그 큰 하늘을 바라보자
*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어디에서 치유할까?
때론 또 사람이 그 일을 하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는 베란다의 한 포기 식물,
얼굴만한 갈색 이파리를 떨구는 가로수,
모두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다독이는 하늘이
언제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병상을 의지했던 친구는
푸른 하늘이 원망스러워 쳐다보지 않았다.
얼마 전에 그와 함께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에게도 새 날들이 남아 있음을
기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