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높이 달아나는 하늘
초저녁 성당의 아스라한 종소리
샛노란 등 달고 흔들리는 모과나무
후드덕 거리는 빗방울의 차가움
대접만한 이파리를 떨구는 가로수
젖은 솔잎을 밟을 때마다 퍼지는 향기
쌀쌀했던 운동회날의 아침 공기
김장 때 빨갛게 무친 배추속 한 입
입으로 물 뿌리면 팽팽히 당겨지던 창호지
빨랫줄 가득 장막처럼 펄럭이는 이불 홑청
피서객 끊긴 바닷가의 파도소리
폰 사진 속에서 피어나는 지난 계절의 열기
그리고 숲 속 가득 붉게 물들어가는 그리움
* 가을의 또 다른 이름을 호명하고 보니 체험과 감수성의 빈약함이 드러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올리는 행위는 손을 내미는 것과 같다.
살아있으므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