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형 Jan 23. 2023

파아란

미지의 존재에 대하여


 구독자도 많지 않고 좋아요 단추를 르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으니 천천히 감상하듯 댓글을 읽게 된다. 그 참에 관심을 표해준 작가들의 페이지에 접속해서 최신 글들을 맛보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의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마치 창밖 나뭇가지에 내려앉곤 하는 앞 산 고운 새의 갸웃거림에 요즘은 뭘 먹고 어딜 다녀왔는지? 하는 다소 개인적인 관심이 생긴다. 말하자면 존재의 배경으로까지 관심이 확대된다.

단지 이런 관심이 바람직한지  수는 없.


 얼마 전에 좋아요를 표현해 준 작가님이 있어 페이지를 열어보니 아직 작품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분의 관심작가는 단지 1이었다.

바로 나였다.

아, 곧 구독 작가를 넓혀가겠지...


 그렇게 타인의 늘어나는 관심 작가군을 살펴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가 공감하거나 애호하는 글의 빛깔과 구독하는 작가들의 성향을 탐색해보곤 한다. 그렇게 퍼즐 조각 맞추듯 한 개인의 서재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파란색 바탕에 파아란이란 필명을 가진 분.

어쨌든 그(녀)가 구독한 최초의 일 인이 되었으니 이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그분이 매거진을 구독하더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쭉 작품마다 감상 표시를 남기고 있다.

사실 아무리 눈여겨 보는 작가라 해도 이전 글까지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한 작가의 작품들은 단어와 표현에서 유사성과 반복성이 존재하고 주제 또한 일정한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므로 때로는 한 두 작품만으로 그 작가의 세계를 가늠하게도 된다.

즉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인내와 정성을 발휘해야만 특정 작가의 글을 진득하게 읽어낼 수 다.

그런 점에서 사뭇 파아란 님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문득 관심작가 1이라는 숫자가 변하기 전에 캡처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곤 조심스럽게 소회를 적어보는 것이다.


 아직까지 관심작가를 더 늘리지 않은 파아란 님은 어떤 분일까?

내 글의 특성상 특유의 에너지가 충만하지도 않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누군가를 처럼 끌어당기는 힘을 소유하지 않은 한 그가 내 글 주변에만 머물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혹시 그가 나와 특수관계인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글 쓴다는 사실을 주변에 언급한 적이 없어서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까운 이들에게 브런치 가족이 되었음을 알린 것이 패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존재는 응원자에서 언제든지 감시자와 비판자로 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 때는 리셋하는 심정으로 브런치를 떠나 다른 포털로 옮겨가보려 했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글을 옮겨오는 기능이 없기에 실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웬만하면 지인들에게 글 쓴다는 내색을 거의 하지 않는다. 더구나 글에 대한 완성도를 고려해 보면 결코 손쉽게 내세울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파아란 님의 존재는 무엇일까?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잘 읽고 있다 정도는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어느 면에서는 전혀 모르는 제삼자라면 오히려 편안할 듯하다.

그래야 그에 대한 파릇한 호기심이 시들지 않고 그 따뜻한 손길에 살짝 들뜨는 기분을 간직할 수 있을 테니까.

그가 감상했음을 표시한 글 제목을 쭉 훑어보다가 잠시 마음이 머문 글들이 있었다.

<밤이 지나면>

<두부 종소리>

<용서도 이해도 아닌 있는 그대로>

<가을의 또 다른 이름들>


 제목을 보자마자 글 쓸 때의 감상이 아련하게 되살아났다. 그렇게 글의 심지에 다시 불을 밝혀준 파아란 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다.

덕분에 다시 읽어보며 몇 곳을 고쳐도 보았다.


 특별한 댓글이 없이도 살포시 파문을 일으키는 마법같은 손길.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 그 능력자, 파아란 님을 기억하고자 조심스럽게 자판을 두드려본다.



P.s. 오늘 이 글로 400편이라는 기록이 만들어졌다. 새삼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여기까지 쓰러지지 않고 걸어왔음이 조금은 뿌듯하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빛나는 순간을 앵글에 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