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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an 23. 2023

파아란

미지의 존재에 대하여


 구독자도 많지 않고 좋아요 단추를 르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으니 천천히 감상하듯 댓글을 읽게 된다. 그 참에 관심을 표해준 작가들의 페이지에 접속해서 최신 글들을 맛보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의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마치 창밖 나뭇가지에 내려앉곤 하는 앞 산 고운 새의 갸웃거림에 요즘은 뭘 먹고 어딜 다녀왔는지? 하는 다소 개인적인 관심이 생긴다. 말하자면 존재의 배경으로까지 관심이 확대된다.

단지 이런 관심이 바람직한지  수는 없.


 얼마 전에 좋아요를 표현해 준 작가님이 있어 페이지를 열어보니 아직 작품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분의 관심작가는 단지 1이었다.

바로 나였다.

아, 곧 구독 작가를 넓혀가겠지...


 그렇게 타인의 늘어나는 관심 작가군을 살펴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가 공감하거나 애호하는 글의 빛깔과 구독하는 작가들의 성향을 탐색해보곤 한다. 그렇게 퍼즐 조각 맞추듯 한 개인의 서재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파란색 바탕에 파아란이란 필명을 가진 분.

어쨌든 그(녀)가 구독한 최초의 일 인이 되었으니 이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그분이 매거진을 구독하더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쭉 작품마다 감상 표시를 남기고 있다.

사실 아무리 눈여겨 보는 작가라 해도 이전 글까지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한 작가의 작품들은 단어와 표현에서 유사성과 반복성이 존재하고 주제 또한 일정한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므로 때로는 한 두 작품만으로 그 작가의 세계를 가늠하게도 된다.

즉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인내와 정성을 발휘해야만 특정 작가의 글을 진득하게 읽어낼 수 다.

그런 점에서 사뭇 파아란 님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문득 관심작가 1이라는 숫자가 변하기 전에 캡처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곤 조심스럽게 소회를 적어보는 것이다.


 아직까지 관심작가를 더 늘리지 않은 파아란 님은 어떤 분일까?

내 글의 특성상 특유의 에너지가 충만하지도 않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누군가를 처럼 끌어당기는 힘을 소유하지 않은 한 그가 내 글 주변에만 머물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혹시 그가 나와 특수관계인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글 쓴다는 사실을 주변에 언급한 적이 없어서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까운 이들에게 브런치 가족이 되었음을 알린 것이 패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존재는 응원자에서 언제든지 감시자와 비판자로 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 때는 리셋하는 심정으로 브런치를 떠나 다른 포털로 옮겨가보려 했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글을 옮겨오는 기능이 없기에 실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웬만하면 지인들에게 글 쓴다는 내색을 거의 하지 않는다. 더구나 글에 대한 완성도를 고려해 보면 결코 손쉽게 내세울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파아란 님의 존재는 무엇일까?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잘 읽고 있다 정도는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어느 면에서는 전혀 모르는 제삼자라면 오히려 편안할 듯하다.

그래야 그에 대한 파릇한 호기심이 시들지 않고 그 따뜻한 손길에 살짝 들뜨는 기분을 간직할 수 있을 테니까.

그가 감상했음을 표시한 글 제목을 쭉 훑어보다가 잠시 마음이 머문 글들이 있었다.

<밤이 지나면>

<두부 종소리>

<용서도 이해도 아닌 있는 그대로>

<가을의 또 다른 이름들>


 제목을 보자마자 글 쓸 때의 감상이 아련하게 되살아났다. 그렇게 글의 심지에 다시 불을 밝혀준 파아란 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다.

덕분에 다시 읽어보며 몇 곳을 고쳐도 보았다.


 특별한 댓글이 없이도 살포시 파문을 일으키는 마법같은 손길.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 그 능력자, 파아란 님을 기억하고자 조심스럽게 자판을 두드려본다.



P.s. 오늘 이 글로 400편이라는 기록이 만들어졌다. 새삼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여기까지 쓰러지지 않고 걸어왔음이 조금은 뿌듯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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