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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Dec 07. 2020

잃지 않는 주식 투자법 1

3인의 검투사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글의 제목만 보고도 알아차릴 것이다.

이 글의 내용은 소위 '주식으로 돈 벌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두 가지 팁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자판을 두드려본다.




일반적인 주식 시장의 구조에서는 소위 개미가 돈을 벌 수 없다.

근데 이건 너무 비관적이니 표현을 바꿔봐야겠다.

<~ 개미가 돈을 벌기 힘들다>로.

개미가 수익을 낸다는 것은 시장을 지배한다는 뜻인데 이는 생태적으로 명칭과도 어울리지 않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개미라는 호칭은 흔히들 들어서 알고 다.

그런데 막상 주식장에 들어와 보면 또 다른 존재에 대한 호칭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이른바 "개미핥기".


각 증권사의 거래 사이트에 접속하면 종목별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보유 비율과 매매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증권 시장이라는 링 위에는 각기 돈을 걸고 세 명의 격투기 선수가 올라와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를 포함하여.

그런데 명칭은 두 가지이다.

개미와 개미핥기!

당연히 이 둘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이미 무언중에 시합이 개미에게는 운명적으로 불리한 전쟁인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세 선수가 기량이 비슷하다면 어떻게 승부를 해야 할까?

1. 서로 닥치는 대로 싸운다.

2. 가장 약한 상대부터 ko 시킨다.

(이건 넘 쉬운 질문이다.

하지만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구사한 전략도 이와 같다. 촉나라와 오나라 둘이 연합해서 강자인 위나라에 대항하고자 했다 )


진짜 시합이라면 약자를 먼저 쓰러뜨리고 나머지 두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다툴 것이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는 최약체의 파이를 강자 둘이서 나눠먹으면 경기는 곧바로 종료된다.

우승 트로피는 의미가 없다.

목표 수익에 도달하는 것이 우승인 셈이다.

결집력이 모래와 같은 개미들은 손쉽게 와해된다.

가진 것을 둘에게 내어주면 시합은 끝난다.

이것이 개미핥기의 사냥 방식이다.

그렇게 라운드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면 개미는 그렇게 당하면서도 왜 주식을 계속하냐고?

개미는 입과 위가 작아 부스러기 먹이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작은 미끼만으로도 대규모 개미떼를 유인할 수 있다.

한 번 조각 비스킷 맛을 본 개미들은 이후의 두세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다.

조금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자위하게 된다.


그 사이에 수익보다는 손실이 커졌으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조심스러웠던 투자금 한도를 과감하게 두 배로 끌어올리게 된다.

그리고 최초의 투자 원금에 도달하면 욕심부리지 않고 시장을 빠져나가겠다고도 다짐해본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한번 들어온 개미를 결코 쉅게 놓아주지 않는다.


때로는 투자금에 대한 관리의 시간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전업 투자자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거나 신용대출금까지 투자하는 것을 이쪽 용어로 "개미지옥"에 빠졌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성공한 케이스가 tv에 소개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소수의 사람은 사실 '사람'이 아니다.

외계인이다. 

괴물이다.

그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런 경우는 주변에서 한 번도 직접 만나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반대의 인간다운(?) 사람들은 참 여럿 만났다.


소위 슈퍼개미, 왕개미라 칭하는 이들은 일정한 규모의 금전을 굴리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단독으로 혹은 연합해서 자본금이 부족한 기술 우량 회사를 주식 매집만으로 인수할 능력이 있는 이들이다.

그런 경우 목적은 회사의 남은 단물을 모조리 빨아먹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인수한 회사의 허위 공지를 통해 주가를 띄운 후 몽땅 처분하는 방식은 고전적이다.

물론  회사는 상장 폐지된 파산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 개미들이 반드시 등장한다.

시장의 불평등과 정보의 부재로 거짓 먹이에 몰려든 개미.

개미들의 쌈짓돈은 그들의 만찬이 되고만다.


그러면 증권감독원이나 금융감독원은 왜 감독을 안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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