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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Aug 13. 2020

사소한 풍경 19 - 휘트먼

미국의 세 번째 황금 가지, 휘트먼

I celebrate myself. 나는 나 자신을 찬양하네. -  <풀잎>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미국 문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합리성과 실용성 뒤에 경박함이 존재하고 민주주의 뒤에는 화약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인들의 실용성은 청교도 정신과 척박한 신대륙에서의 생존을 위한 분투가 결합해 나타난 문화적 특성이다. 그리고 그 덕에 전통에 얽매인 기존의 강국들을 제치고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선두 국가가 되었다. 능률적으로 일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한 결과이다.

그런데 그들의 실용성이 최선의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시스템의 효율적인 관리와 성과를 위해서는 일정한 양보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역사적으로 양보를 강요당한 대상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미국의 첫 번째 희생자는 수천 년을 거주해온 아메리칸 원주민들이었고 그 뒤를 이어 아프리카 흑인이 노예 생활을 강요받았다. 이웃 멕시코와는 전쟁을 하며 영토를 넓혔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손에는 늘 총기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장착한 화약은 피를 부르곤 했다. 종교적 탄압을 피해 신대륙에 정착한 이들이 자신들의 번영을 위해 약자를 탄압하고 희생시킨 아이러니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19세기 중반에 미국이 지닌 정체성의 모순을 깨닫고 반성의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른바 미동북부의  뉴잉글랜드 지방을 중심으로 한 초월주의 그룹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랠프 월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리고 월트 휘트먼이다. 그들은 자연적인, 우주적인 본성의 회복을 주장하며 노예 제도 및 전쟁을 반대하였다. 또한 인간을 죄인으로 정의한 칼빈주의를 배격하고 우주와 인간 자체가 신성함을 설파했다.

나는 무로 돌아간다. 나는 만물을 본다. 우주적 존재의 흐름이 내 몸을 뚫고 순회한다. 나는 신의 한 부분 혹은 한 조각이다. - <자연> 랠프 월도 에머슨

휘트먼은 에머슨과 소로와 교류하며 사상의 진수를 녹여낸 시를 썼는데 바로 <Leaves of Grass,  풀잎>이다. 그는 이 한 권을 평생을 두고 계속 개정하였다. 이는 마치 구도자의 행위와도 같았다.

풀잎은 남성, 여성, 동양인, 흑인, 백인, 정치가, 노동자, 어린이, 노인, 동물, 식물, 별 등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그 모두가 신성하며 완전하다고 시인은 노래했다. 그의 시는 영혼의 울림이며 자신 속에 내재한 기쁨의 발현이었다.

위대하다, 신화들이여...
위대하다, 아담과 이브여...
위대하다, 일어선 국가들과 쓰러진 국가들이여, 시인들과 여자들이여, 성인들과 발명가들이여... -<풀잎>

시인은 모든 신화와 종교를 포용하며 우주에 만재한 신성을 접촉했다. 그리고 모든 국가와 국민을 찬양했다.

...대지와 태양과 동물들을 사랑하라... - <풀잎>

그의 시는 대긍정의 메시지이며 생명의 신비를 찬양하는 노래이다. 시인은 눈을 들어 세계를 바라보며 자각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자유로울 것을 주문했다.

새롭고 자유로운 형식으로부터 나오는
말 없는 도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 <풀잎>

존재하는 모든 것의 가치와 신성을 추구한 월트 휘트먼은 랠프 월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함께 미국 문명사를 수호하는 세 개의 황금 가지이다.



야만스런 미국 문화에 대한 비판과 각성 촉구는 모든 국가와 민족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그들이 연설로, 시로, 에세이로 호소하였던 것은  진정한 인간성 회복, 성찰하는 삶을 통한 자연성 회복이었다. 그들의 주장이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다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제시한 길이 근본적인 방법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밤바다에서 방향을 잃은 미국호를 인도하기 위해 나타난 세 개의 별은 지구 위 모든 이에게도 같은 빛을 선사한다.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어라. -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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