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형 Aug 10. 2020

사소한 풍경 17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법정의 소올 메이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랑보다, 금전보다, 명예보다 내가 진리를 얻을 수 있도록  <월든>

<무소유>를 쓴 법정 스님이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두었던 책이 있다.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 월든 : 숲 속의 생활, 1854 >이다. 소로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단기간의 교사생활을 접은 후 월든 호숫가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2년 2개월 동안의 사색의 결과를 월든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그의 대표작으로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길어 올린 주옥같은 내용으로 가득하다.

소로는 당대의 지성인 랠프 월도 에머슨에게 큰 감화를 받고 직접 찾아가서 사사를 받았다. 그리고 몸소 진리를 체득하고자 자연과 합일되는 생활을 실천하였다. 그의 멘토인 에머슨은 제도화된 종교적 가르침을 벗어나 자신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권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으로 돌아가 자신을 침잠시키는 것이었다.

참된 앎이란 타인에게서 빌려온 지식이 아니라 나 자신이 몸소 부딪혀 체험한 것이어야 한다 - 법정

그가 월든 호숫가에서 사색한 내용은 기독교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최소한의 소유물로 생활하였으며 숲 속에서 노동과 산책을 즐기며 사색에 잠겼다. 교회에는 가지 않았고 그리스 로마 신화와 인도의 고전인 바가바드기타 등의 철학서를 탐독했다. 육식까지도 절제했다.

온갖 세속적인 얽힘에서 벗어나 산과 들과 숲 속을 걷지 못한다면 나는 건강과 영혼을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할 것이다 - <산책>  소로

모든 현자들은 숲에서, 광야에서, 사막에서, 강가에서 명상하며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의식 너머의 음성을 따라 그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법정도 그 숲에서 소로를 만났다. 비록 동시대 인물이 아니었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대자연의 영혼 속에서 두 사람이 호흡을 함께 했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이것을 잃지 않으려면
살아있는 생물과 교류할 줄 알아야 한다 - 법정

살아있는 생물이란 온전한 인간을 포함한 자연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를 찾아온 불행은 진실한 영혼과의 관계가 맺어질 때 떠나게 된다. 어느 유명인이, 사회가, 국가가 던져준 말이 아닌 자신 속에 내재된 음성을 들을 때 참 자아를 발견할 것이다. 그 두 사람은 가슴이 살아있는 진정한 교류를 하였다. 법정스님은 또 이렇게 썼다.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사람은
그 말에서 자기 존재를 발견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도 호의적이었던 소로는 노예 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다가 투옥되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과도한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시민 불복종>을 집필했다. 이는 인도의 간디와 흑인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정부가 가장 쓸모 있을 때는 곧 다스림 받는 자가 가장 간섭을 적게 받는 때이다. <시민 불복종>

시대와 종교를 초월하여 정신적으로 교류한 법정 스님과 소로. 스님은 소로의 사상적 흔적을 찾아 월든 호수를 세 번이나 방문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명령에 따라 간소함으로 일생을 마친 두 사람의 생애는 특별해 보인다. 그들이 체험하고 실천한 삶의 지혜가 문명에 오염된 인간의 의식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정 스님은 소로의 생활신조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간소하게 살라. 자신의 삶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게 된다.

소로는 독신으로 44세에, 법정 스님은 77세에 생을 마감하였다. 세속의 삶은 유한했으나 그들이 걸었던 길은 영원 속으로 이어져 있다.




나의 가슴속 가장 깊게 자리한 소로의 글귀이다.

-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다 <월든>


그는 정말로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사소한 풍경 14 - 보스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