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뻘건 탕 속에 잠긴
한 마리 해어의 토막 난 꿈
쑥갓으로 치장하고
흰 두부 살 위로
점점이 붉은 가루 뿌려낸
끓는 한 세상이
양은 냄비에 가득 담겼다
청춘은 이 탕을 멀리 해야 하리니
차마 감지 못한 두 눈 오롯한
푸른 날들의 애잔함이
아직 다 차오르지 않았다
한류와 난류의 소용돌이
별빛 가물거리는 밤의 항해
다섯 바다의 모든 해협들
그 험한 길을 다 지나기 전에는
뜨거운 탕으로 온기를 쬐는
닳아진 생들 곁으로는
다가서지 말아야 한다
한 겨울 더운 김을 두르고 앉아
탕국을 휘젓는 것은
아직 부서지지 않은
꿈 조각을 찾는 일
가벼운 비린내를 풍기며
언 몸을 녹여 상에 올라선
생을 비추는 한 그릇이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