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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an 29. 2023

동태탕 한 그릇


시뻘건 탕 속에 잠긴

한 마리 해어의 토막 난 꿈


쑥갓으로 치장하고

흰 두부 살 위로

점점이 붉은 가루 뿌려낸

끓는 한 세상이

양은 냄비에 가득 담겼다


청춘은 이 탕을 멀리 해야 하리니

차마 감지 못한 두 눈 오롯한

푸른 날들의 애잔함이

아직 다 차오르지 않았다


한류와 난류의 소용돌이

별빛 가물거리는 밤의 항해

다섯 바다의 모든 해협들

험한 길을 다 지나기 전에는


뜨거운 탕으로 온기를 쬐는

닳아진 생들 곁으로는 

다가서말아야 한다


한 겨울 더운 김을 두르고 앉아

탕국을 휘젓는 것은

아직 부서지지 않은

꿈 조각을 찾는 일

 

가벼운 비린내를 풍기며

 몸을 녹여 상에 올라선

생을 비추는 한 그릇이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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