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그리운대로
그대로 둘 일이다
들판의 이름 모를 꽃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피었다가
별빛 속에 지도록
그대로 둘 일이다
아련히 멀어져야
비로소 눈을 뜨는 그리움
그것은 짙은 해무 속에서
고동소리도 없이 떠도는 배와 같으니
붙잡으려 할수록
간직하려 할수록
항구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러니 그대로 둘 일이다
지난 뒤에야 알 일이지만
그 누구도 그리움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리움은 그리운대로
그냥 그렇게 둘 일이다
* 사람이니 그리움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리움이 깊어지면 삶조차 시들고만다.
그 누가 그리움을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이란 부여잡은 손을 놓고 가만히 떠나보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