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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an 31. 2023

그리움은 그리운대로


그리움은 그리운대로

그대로 둘 일이다


들판의 이름 모를 꽃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피었다가

별빛 속에 지도록

그대로 둘 일이다


아련히 멀어져야

비로소 눈을 뜨는 그리움


그것은 짙은 해무 속에서

고동소리도 없이 떠도는 배와 같으니

붙잡으려 할수록

간직하려 할수록

항구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러니 그대로 둘 일이다


지난 뒤에야 알 일이지만

그 누구도 그리움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리움은 그리운대로

그냥 그렇게 둘 일이다




* 사람이니 그리움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리움이 깊어지면 삶조차 시들고만다.

그 누가 그리움을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이란 부여잡은 손을 놓고 가만히 떠나보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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