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네
진분홍 꽃이 피었네
진눈깨비도 빗물도 없이
밤하늘의 이슬만 의지하여
살포시 작은 눈을 하나씩 열어냈네
가까이 갈수록 수줍은 얼굴
간간이 들리는 벌들의 날개 소리
별다른 향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첫 꿀을 따러 왔을까
그렇구나
매화 향기는
대여섯 걸음 물러나야 드러나는 걸
연한 분향으로 공중을 맴돌다
저 멀리로 은은히 퍼져가는 걸
겨울 끝자락은 이리도 황홀한데
왜 마음은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멈춰서 있을까
꽃이 피었다
하늘 한쪽 물들이며 피었다
님 가슴 골짜기를 건너
붉게 상처 난 색으로
점점이 피어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