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형 Mar 12. 2023

부슬비 내리는 휴일 아침


허리우드 극장 아래 좁은 골목길의

돼지국밥 집에 앉았다

두세 군데 가게만 문을 열었을 뿐 지나는 행인들도 드물다

멀리 티브 앞에서 혼자 밥을 먹는 청년

무슨 일로 이 시간에 나왔을까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안 되는 손님들이기에 가져보는 관심이다

다른 이도 이처럼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흔들리던 지난밤은 죄가 없다

흐린 하늘 너머 별을 바라보던 의 눈길도 나무랄 일은 아니겠지


특유의 냄새와 비주얼 덕분에 직장 생활 초기에도 먹을 수 없던 국밥

오랜만이다 보니 매운 다진 양념을 빼달라는 말을 깜빡 잊었다

수저로 조심스럽게 건져낼 수밖에


가게밖 대로에는 차들이 수시로 지나간다

그때마다 타이어에 달라붙었던 빗물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왔던 눅눅한 차소리금세 빠져나가고 만다



개봉작만 상영하던 옛 허리우드 극장이 이젠 실버층을 위한 추억의 재상영관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