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 내리는 휴일 아침

by 김도형


허리우드 극장 아래 좁은 골목길의

돼지국밥 집에 앉았다

두세 군데 가게만 문을 열었을 뿐 지나는 행인들도 드물다

멀리 티브 앞에서 혼자 밥을 먹는 청년

무슨 일로 이 시간에 나왔을까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안 되는 손님들이기에 가져보는 관심이다

다른 이도 이처럼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흔들리던 지난밤은 죄가 없다

흐린 하늘 너머 별을 바라보던 이의 눈길도 나무랄 일은 아니겠지


특유의 냄새와 비주얼 덕분에 직장 생활 초기에도 먹을 수 없던 국밥

오랜만이다 보니 매운 다진 양념을 빼달라는 말을 깜빡 잊었다

수저로 조심스럽게 건져낼 수밖에


가게밖 대로에는 차들이 수시로 지나간다

그때마다 타이어에 달라붙었던 빗물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왔던 눅눅한 차소리도 금세 빠져나가고 만다



개봉작만 상영하던 옛 허리우드 극장이 이젠 실버층을 위한 추억의 재상영관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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