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원했으나 이루지 못했어
그래서 늦은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가로등불 밑을 배회했지
때론 기둥에 단단한 머리를 부딪히고
모든 기억을 불태워버리고 싶었어
울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끝없이 아랫 배를 움켜쥐고
네 이름을 지어내던 밤
수년만에 찾아온 사랑
그 사랑은 짧고 가혹했어
뜨거운 태양 아래
단단한 갑옷 위론
땀조차 배어 나오지 않았지
눈물이 꼭 슬픔과 비례하는 건 아니야
울 기력이 없는 슬픔도 있으니까
그래도 조금은 사랑을 맛보았으나
그 끝은 시고 떫었어
하지만 그것도 채 열흘이 지나기 전의 일이었어
짧은 추억은 시시했지만
숨 막히던 무더위와
허공을 긁어대던 맹렬한 외침은
아크릴 물감처럼 선명했어
이제 새벽이면 보도 위에
팔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미동도 없는 날 보게 될거야
설익은 사랑은 그렇게 늘
여름 끝자락에
사라지는 것이 마땅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