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어오더니
기어이 뼛속으로 파고들었다
할무이 왜 추워?
마른 등가죽을 덮어대는 노인네가
이상해서 쳐다보았다
그 이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가벼워져서 바람에 실려가려는 것이여
아무리 틀어막아도
수시로 찬바람이 새들어오는
낡고 오래된 방
녹슨 화로만이 화톳불을 지켜내고 있었다
모진 겨울
어린 생명들 의지해
얼음강을 건너면
흰 버짐 가득한 얼굴로
햇살 한 움큼 쥐고 또 일어서야 했다
그리고 백 년
묵은 바람이 다시 찾아왔다
소리 없이 눈으로 짓는 말
그 표정에
부질없이 거부하는 몸짓일랑 내려놓고
헤진 신발을 고쳐 신어야 했다
고통스럽고도 아름답던 날들을
마냥 고맙게 기억하며
두 손에 묻은 먼지마저 털어내야 하는데
네 추억까지도 지워내야만 하는데
매듭은 단단히 엉켜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참으로 몹쓸 생을 살아냈다
모든 것을 실어내는 바람
그의 손에 다 맡기고
쓸쓸했던 날들의 노래조차 삼키고
풀잎 되어 떠나는 것을
회오리바람에 날아 오르며
한없이 가벼워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