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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Apr 08. 2024

꽃이 피는 자리


가지마다 꽃이 피었다

파란 이파리 돋을세라

새하얀 꽃송이들 앞다투어 솟아났다


새들도 신이 났다

빈 가지로 한 철을 건너온

벚나무들을 수시로 옮겨 다니며

작은 부리로 꽃송이를 따물었다


빙글 돌아내려 오는 연정

미처 맺어지지 못했다 해도

핏빛 버찌의 꿈을 놓아버릴 수는 없다


꽃은

하늘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상심한 마음 따라

나란히 물결쳐 날리며

위에도 가득 무늬 지어 피어났


손으로 들어 올린 꽃송이

가슴에도 피어났다

순백의 얼굴로

가만히 미소 짓는 어머니


꽃은

그리움으로

날마다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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