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꽃이 땅에 닿았다
저 먼 하늘의 한 점을 향해 뻗어내던
긴 목을 구부려
땅 위에 살포시 누웠다
진한 향기마저
이슬에 젖어들어
가장 낮은 아래를 찾아 흘러간다
비
작은 물방울들이
촉촉이 배어들어
끓어오르는 생의 시간을
나지막이 내려놓게 만든다
그래 오늘 하루는 쉬어 가렴
빛나는 화환 뒤로
수고로움이 넘쳐날 때
황톳빛 가슴에
얼굴을 묻고
투둑
눈물을 흘려도 좋을 아침이니까
* 빗발이 점점 거세어지자
늘어졌던 라일락 꽃가지는
아래로 아래로 몸을 낮추더니
기어이 땅 위에 머리를 기대 누웠다
하루의 할 일과
이 생의 모든 책무를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는 메시지
비를 맞고 선 꽃나무에서
읽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