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과 버킷 리스트

by 김도형

올해의 첫 뉴스는 각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 현황과 백신및 치료제에 관한 것이었다.


서방국가중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곳은 영국이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강화하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영국 당국은 이미 지난 9월에 이 변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하고 확산 정도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서둘러 접종을 시작한 배경이 설명되는 셈이다.

백신을 대량으로 확보한 미국은 예상치의 10%에도 못미치는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분배, 접종 시스템이 미처 정비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백신 접종에 거부감을 가진 국민이 많은 탓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들 국가에 비해 백신 확보와 접종 시기에 한 발 늦은 탓에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모든 평가는 이 혼란한 상황이 종료되어야만 정확해질것 같다. 지금 당장의 모습으로 결과를 판단하려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소식으로는 올해 1년 안에는 필요한 양의 대국민 접종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긴 기간을 기다려야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접종 기회가 온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의외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사실 속전속결식으로 개발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다.



몇 주 전에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오는 여름에 체코 여행갈 팀을 구성중인데 동참하겠냐는 것이었다.

이 시국에?...

하지만 예상보다도 빨리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해외 보도가 있자 국내 모 여행사에서 선제적으로 여행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약된 날짜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여행이 불가할 경우 전액 환불한다는 조건이었다.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된 티켓은 불티나게 판매되었다.

지인의 제안에 하루 동안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올해는 해외 여행이 어려울 듯해서 완곡히 거절했다.


그는 2년전 함께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를 여행한 절친이다. 여행 케미가 서로 잘 맞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서로 일정을 달리해야할 것 같다.

그의 전화 덕에 코로나로 인해 잠자던 여행 욕구가 활성화되었다.


만약 백신 접종 증명서로 해외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어디를 가야할까?

가보고 싶은 곳은 많지만 2년전 방문했던 조지아를 다시 여행하고픈 마음이 크다.

그만큼 인상이 강렬했다.

그곳은 개발되지 않은 자연과 오염되지 않은 물과 공기, 사람들의 따뜻한 심성, 저렴한 비용 등 유인 요소가 너무 많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일년 중 절반밖에는 길이 열리지 않은 북부 산맥 지방의 생동하는 기운이다.


당시 조지아에 도착한 후 수도인 트빌리시를 벗어나서 봉고차같은 다인승 택시를 타고 점점 사람의 흔적이 드문 지역으로 들어가자 영혼의 야생성이 살아났다.

그때는 브런치 입문 전이었고 지금처럼 자주 글을 쓸 일이 없었다.

그러나 고산지대의 광활한 야생화 벌판 앞에서는 저절로 노래가락이 흘러나왔다. 메말랐던 샘에 물이 차듯 정신적 희열이 솟구쳤다. 그날 밤 별빛 아래서 그 생생했던 노래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의 그 기록을 여기에 몇 장 올려본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버킷 리스트를 따로 작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외 여행을 가정한다면 조지아 북부 산악 지역이 그 후보의 윗자리를 차지한다.

결국은 나의 버킷 리스트인 셈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뒤틀린 경제 형편을 생각하면 선뜻 감행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여행은 자연에서 예술보다도 긴 생명력을

획득하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