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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생동하는 봄

by 이차람

시간 부자는 너무나 행복해서 하고 싶은 거 다 했더니 결국 한계점에 도달했다.



생동하는 봄, 모든 만물이 소생하지만 세균과 각종 바이러스도 번식하는 시기라는 것도 깨달았다. 인후염이 몸살로 이어졌다가 대상포진까지 겪었던 나는 이번 감기몸살이 또 무섭다.


사실은 몸이 아파서 깨달은 것도 있지만 내가 아끼는 길냥이 중 한 마리가 죽었다. 아침에 학원가는 길에 시멘트 위에 쓰러져 있는 삼색이를 본 나는 멘탈이 무너져서 몸살까지 왔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보다는 흙이 나을 거 같아서 빈집 앞 화단쪽으로 삼색이를 옮겨놨더니 고양이들이 삼색이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


원래 고양이들은 숨어서 세상을 떠난다는데 삼색이는 친구들과 인사하고 싶었나보다. 어제가 마지막 간식과 밥이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던 나와 캣맘 아주머니는 함께 울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인시해줘서 고마워. 요즘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욕망 조절이 어려웠는데 너가 내게 교훈을 주는 구나. 그저 사랑하는 일 그거 하나만 할게."


그렇게 삼색이는 나에게 인생에 뭐가 중오한지를 깨닫게 해주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이쁜 아이었기에 하늘나라로 잘 갔을 거다.


아직은 감정이 과해서 삼색이 얼굴을 못 그리겠다. 억지로 치유하지도 잊지도 않을 것이다. 삼색이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간 것이니까. 생동하는 봄날, 이 예상치 못한 사건은 좀 오래 기억될 거 같다.


살아야지. 내일은 수액 좀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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