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일어 공부법
독일이 그렇게 좋아서 갔냐고 물어보면, 여기가 좋아서라기보다 좀 더 큰 미술 시장이 있고 미술로 입문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친구와 가족들을 언제나 볼 수 있고 서비스와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 곳은 한국이다. 살기에는 나도 한국이 제일 좋을 거 같다.
한국 나이 36살이면 "82년 김지영"(소설책)처럼 삶의 계단을 밟으며 이 시기를 건너고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지금 낯선 땅에 와서 언어를 배우고 있다. 사실은 독일어가 이렇게 진입장벽이 높은 줄 몰랐다. 가끔 언어가 어려울 때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영어라도 완벽히 마스터했더라면 좀 더 편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사실 삶에서 "완벽"이란 말을 감히 꺼낼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사서 고생이고, 무모하다고 볼 수 있지만 36살에 모든 게 다 다시 시작이다.
공부하다가 막히면 그 스트레스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어제 외웠던 단어가 오늘 생각날 리 없다. 어순도 문법도 발음도 다 다르다. 나는 좀 조바심이 가득 차 있다.
우리 반 애들도 나처럼 좀 느리게 배우는 편이지만 그렇게 낙천적일 수 없다. 첫 쪽지 시험을 보고 나는 38점을 맞았는데 24점 맞은 애가 나보고 잘했다고 엄지 척을 보여줬다. 남미 애라서 그런 걸까.
선생님은 어떤 위로의 말이나 다른 피드백은 없고 틀린 부분을 다시 점검하고 체크할 뿐이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필요해서 "넌 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고 아니면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 빼고 모두 시험 결과에 괴념치 않고 쿨했다.
그러고 나니 시험 이 자체에 내 감정을 넣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부족한 것을 보충하면 되고, 모르는 걸 배우러 왔으니 내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처음부터 독일에 대한 흥미나 감정이 없었으므로 떨이질 혹은 없어질 흥미나 감정도 없다고 해야 하나. 계속 반복 훈련이라 하루 3-4시간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다.
못하네, 어쩌네 하는 잡생각을 지우려고 해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감정에 너무 치우쳐 있던 것. 감정을 없애자. 내 어깨 위의 감정 덩어리들과 인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