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내 마음의 거리
9월 말에 회사를 그만 두었고 10월 4일부터 전시를 시작했다. 일주일동안 전시공간에 상주했다. 그리고 마포구 지역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도 했다.
낯설었던 공간은 어느새 내 방처럼 나만의 색깔이 덧입혀졌다. (그 과정이 겁나 신기했다) 그리고 그림을 벽에 걸었을 때의 그 쾌감이란! 이렇게 저렇게 설치해보고 직접 조명도 맞춰봤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머릿속에 그린대로 전시를 할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다. 작품이 많지 않고 캐주얼한 점들이 과연 관객들과의 소통이 될런지, 그림에서 어떤 분위기가 뿜어 나올지 예상이 되질 않았기에 이런저런 염려가 있었고 결국 눈다래끼로 표출되었다.
SNS 시대에 누가 요즘 힘들게 전시를 하느냐,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번 전시는 나에게 스스로를 믿고, 내 선을 믿고 내 색을 믿는 과정의 실체였다. 출판업을 하면서 작가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왔지만 직접 내 작업을 하고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조금은 힘들어도 그것은 남의 행사를 했을 때와는 다른 피로였기도 했다. 영상으로 전시 공간을 담았다.
영상에서 보이는 순서대로 작품 설명을 더하자면,
1) 롱디상, 29 X 37 cm, 종이와 붓펜, 2016
- 이 세상 모든 롱디, 과거의 롱디 경험자 모두에게 그리고 꿈과의 거리가 멀지만 좁혀가고 있는 분들에게
이 상장을 드립니다.
2) 생이별 롱디, 386 X 120 cm, 종이 설치물, 2016
커뮤니티에서 응답해준 30명의 응답들을 모아서 책을 펼친 모양의 형태로 설치했다. 녹색의 글자들은 롱디의 장점, 빨강의 글자는 롱디의 단점으로 구분하고 검정 글씨는 롱디 경험자들의 응원의 한 마디들이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코멘트들을 담고 싶어서 대형 설치로 작업했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책의 느낌을 주고 싶어서 종이 접기와 펼치기로 표현했다.
3) 대화, 84 X 112 cm, 종이에 유화, 2016
밤 하늘의 달과 그 아래 남산 자락의 삶, 낮의 브레멘(독일)의 일상들. 독일로 유학간 남자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해석대로 그려진다. 서로가 대화나 영상통화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지만 직접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꿈속 뿐이다.
4) 나무 인간, 42 X 56 cm, 종이에 아크릴, 2016
북유럽 신화에서는 신들이 인간을 나무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신들의 세계 전생과 종말이 왔을 때 신들은 인간 한 쌍을 나무 안에 넣어두고, 전쟁이 끝난 후 다시 꺼냈다고 한다. 우리 지금의 롱디 기간은 그 나무 안에서 잠들고 있는 시간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림의 시간이지만 매우 따뜻한 나무 속이다.
5) 데미안, 118 X 210 cm, 유화 액자 설치, 2016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안에서는 에바 부인이 들려주는 동화 부분이 있다. 별을 좋아하고, 운명적으로 별을 찬양하는 것으로 태어났다고 믿는 남자와 자신이 그 별 자체가 되는 이야기다. 나는 이 이야기로 어떤 우상숭배와 투사에 대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별이고, 별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각자 자기 자신의 별이다. 하지만 학습과 환경으로 인해 그 빛이 사라졌거나, 별을 찬양하고 노래하는 삶으로 대리만족하고 열정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런 자아를 바다(무의식의 바다)에 빠져 죽게 만들어야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바다에 빠져 죽는 이야기는 꿈(무의식)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에바 부인의 이야기를 낭독으로 듣기.
애쉬 님의 낭독, 영상 강력추천드립니다~!
6) 자화상, 55 X 55 cm, 종이에 유화, 2016
'나를 그린다는 것'은 거울에 보이는 혹은 사진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때의 생각, 지금의 생각, 마음의 변화, 눈빛, 표정, 의지 등등이 종이 위에 담기는 것 같았다. 자화상을 그리다보면 내가 그리는 것인지, 그림이 나를 시켜 그림을 완성케하는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자화상 작업의 묘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번 자화상은 내게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네가 맞다. 네 선이 맞다. 지금 가는 그 방향이 맞다. 너를 믿어라."
7) 미래의 나, 55 X 79 cm, 종이에 유화, 2016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것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느 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나의 미래를 그려봤다. 드로잉책을 들고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 미래의 나. 한편으로 미래를 본다는 것은 분홍빛 좋은 꿈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인 문제들, 과제들도 보인다. 이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나아갈 것인가 고민하던 중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서 '북유럽 신화' 강연을 들으면서 지혜의 신 '오딘'을 알게 되었고 그의 상징인 애꾸눈을 내 미래에도 넣었다.
8) 시공간이 초월하는 어떤 공간, 79 X 108 cm, 종이에 아크릴, 2016
9) 남과 북의 롱디, 200 X 200 cm, 종이 테이프, 2016
10) 킵고잉, 150 X 150 cm, 종이 테이프, 2016
11) 롱디의 추억물, 비행기 티켓, 영수증의 수집물
이차람 첫 개인전 전시도록
생이별 롱디 :
장거리 연애, 꿈과 현실 그리고 마음의 거리에 대하여
2016. 10. 4 - 10. 10
10:00 AM - 20: 00 PM
마포 디자인출판진흥지구협의회
DPPA 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