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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라퍼의 종말

by 이차람

나는 누군가에게 뭔가 해보라고 제안하는 것이 나 자기 자신에게도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와 이 옷, 너 참 잘 어울리겠다."

"오빤 참 예술인이야."

"자긴 엄청 똑똑해! 부러워."

"너 이거 해봐, 대박날 거 같애."

"나는 못 해, 언니는 왠지 잘할 듯."

"인터넷에 너 그림 좀 팔아봐."


이런 말들이 자기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라는 걸,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세상 최고 오지라퍼를 자부했던 내가 오지랖도 줄고 sns도 줄었다. 누군가에게 제안(나쁜 말로 참견)하기 전에 그 주어 자리에 나를 넣어봤기 때문이다.


"캐리커처 판매하면 잘되겠다."

"나도 이 옷 잘 어울리겠다."

"그림공작소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먼저 나에게 질문하고나니 생각도 깊어지고 오지랖이 줄게 되었다. 세상에 할일이 너무 많아서 남을 참견할 여유가 없다. 회사를 그만두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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