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가.
소비를 반으로 줄이면 나는 불행한가에 대한 연습을 해봤다. 출근할 때 한 잔, 점심때 한 잔, 퇴근 기념 한 잔 등등 커피 값만으로도 생각 없이 쓰던 나였다. 알면서도 줄이지 못했던 부분들은 '자기 위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삶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타협했다. 하지만 지금 회사를 그만뒀고 독일에 가난한 유학생 신분이 될 것이기에, 소비를 반으로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달에 얼마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얼마라고 딱 정하면 스스로 힘들 것 같아서 그냥 하루하루 가계부를 쓰고 반성 노트를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2주씩 리뷰 같은 것을 했다. 회사 그만두고 바로 전시가 있었기 때문에 관련 비용들이 나갔고 퇴사 기념쇼핑도 있었으며 독일어 학원비도 있었다.
매월 25일이면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든든함을 그동안 너무 당연시 했는데 이제는 들어올 돈이 없다. 편의점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싶은 과자와 초콜릿을 골랐고 수영 강좌를 등록해놓고 한 번밖에 못갔던 일, 평일에 놀지 못한 것을 몰아서 놀듯 불태웠던 지난 불금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정말 돈을 허투루 쓰고 살았구나. 과자 값이 이렇게 비싼지 이제 알았던 것이다. 당연히 그전에는 가계부를 쓰지 않았었다.
이렇게 가계부 리뷰를 하고 보니 나의 삶의 패턴이 보였고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었다. 두달여가 지나 계산을 하며 보니 그전에 쓰던 소비생활에서 50%나 줄일 수 있었다. 절약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소비를 줄였는데도 내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신기해서 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여행 경비를 위해 1월부턴 다시 일이든 알바든 해야 할 것 같다.
그때 다시 소비 양이 늘어나는지 또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