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어 공부 분투기
퇴사하고 4개월치 독일어 학원 등록을 하고 나니 목돈이 쑥 빠져서, 잔고를 보며 잠깐 머리가 띵하고 휘청했던 게 엊그제 같다. 11월부터 시작한 초보반이 어느새 2월 종강을 했고 A1 단계 시험도 봤다.
처음 한 달은 너무 어려워서 하루하루 학원 가는 것이 정말 스트레스였다. 한 달만 참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출석에 의미를 두고 빠지지 않고 다녔다. 너무 못하는 나를 바라보는 것도 매우 갑갑했다. 머리도 탓하고 나이도 탓했던 때다.
무엇보다, 어제 배운 걸 까먹는 나를 지켜보고 바라봐주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언어는 반복이 답인데, 20대보다는 뇌가 굳었는지 두배로 반복해야 했다. 보고 또 보고. 시험 전날까지 학원 동생들과 스터디 모임을 했다. 사실 나는 '스터디 모임' 세대가 아니기도 하고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기억이 별로 없어서 엄청 신기했다. 효과도 있었고, 그래서 요즘 스터디 공간들이 많이 론칭 하나보다.
오늘 시험 발표가 있었다. 100점 만점에 81점으로 패스했다. 엄청 대단한 시험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다. 시험 제도는 나의 온몸을 굳게 하는 압박이 있었지만 내가 무엇을 모르고 어떻게 공부하는 게 효과적인지를 알려주는 도구인 것 같다. 시험 붙었다고 이렇게 훈훈하게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시험공부했던 자필 사진 첨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