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상담소
퇴사전
언제까지 회사원으로 살 것인가. 젊을 때 창업하는 것은 어떨까 하여 '독립 책방'에 대해 알아봤다. 출판계 생리와 독립 서점의 운영에 대해 좀 알고 나니 조금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시작하기엔 월세에 허덕일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투잡은 할 수 없고, 좀 멀리 보고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독립 책방을 한다면 '약이 되는 책들'을 추천하고 독자들과 상담도 하는 '약방' 컨셉의 '책방'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일단 체력부터 키워야 할 것 같다. 내가 사장이 된다면 신경 쓸 일이 많을 것이기에.
퇴사후
내가 좋아하던 독립 서점이 문을 닫았다. 서점 운영의 문제보다 사장님이 공부하고 싶은 게 생겨서 대학원을 갔다. 나도 '시간 부자'가 된 후 동네 도서관에 자주 가게 되었다. 정말 책 보유량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좋은 강연이 있어서 '북유럽 신화'란 주제로 6주에 걸쳐 강의를 듣게 되었다.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듣고 책을 볼 수 있기에 독립서점 운영보다는 '시간 부자'를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릴 때 관심있던 온라인 상담소를 시작해봤다. 가게를 오픈했거나 명함을 만든 것도 아니다.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광고를 한 번 올려봤는데 신기하게도 연락이 왔다. 많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씩 상담 문의가 늘고 있다. 추천받아서 연락했다는 톡도 받곤 한다. 준비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