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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항상 숏컷을 찾았더랬다.

by 이차람

퇴사전


뭐든 10분 만에, 5분 만에 후다닥 준비하고 모든 지름길(숏컷)을 찾고 지도 앱에서 빠른 길을 찾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효율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생활했더니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는 게 당연했다. 그것은 어느새 시간 강박이 되었다.



기존의 건물 외관을 살린 재건축물 (후암동)


퇴사후


내가 지내고 있는 이 동네는 남산 밑자락에 있는데, 골목마다 아늑함과 정겨움이 켜켜이 쌓여있다. 회사를 그만두고서야 알았다. 내가 길치라서 길을 잃을까봐 다니던 길만 다녔고 항상 지름길로만 다녔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다. 지금은 이길 저길 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데, 특히 골목이 주는 위안을 깨달았다. 오래된 집들, 그 여유, 자연친화적인 삶. 이 동네가 덜 알려지면 좋겠는데 어느 힙합 레이블이 사무실을 낸다고 하니 서울 한복판의 여유 공간을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간 고개 숙이고 땅만 보고 다녔었나? 이 건물을 이제야 발견했다. 빌라인데, 한쪽 벽면에 층층마다 미니 베란다가 있었다. 지나가던 새들이 쉬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참 좋은 건축이다. 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되더라도 이 유유자적함을 잃지 말아야지. 깨닫는 하루는 그날의 선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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