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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버리기

조금씩 정리 중

by 이차람

나에게는 의미가 있던 옷들인데, 추억만은 간직하고 싶어서 몇 자 끄적인다.

둘 다 엄청나게 입어대서 다 헤지고 펑크가 나서 버리게 되었다.


처음 샀던 패딩

29살 때, 마지막 20대의 크리스마스는 핀란드에서 보내겠다고 결심하고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샀다. 샀다기보다 (미래의 내가 메울) 카드로 긁었다. 떠나기 전에 카우치서핑으로 숙소를 알아보고 대충 계획을 짰다. 겨울의 핀란드, 크리스마스 시즌은 거의 다 문이 닫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어서 아예 헬싱키 근교 쪽을 알아봤다. 핀란드에 내리자마자, 온도를 보니 영하 27도. 너-무 추워서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바로 샀던 패딩. 그때가 내 기억으로는 패딩 유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자라에 들어가서 조금 얄상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거위털 패딩을 샀다. (그때부터 그렇게 동물들이 겨울마다 털을 뽑히며, 학대받았을 거 같다 ㅜㅜ) 겨울마다 열심히 입었다. 회사에서 밤샘할 때 깔고 자기도 하고, 어딜 가도 든든한 무적의 옷이었다. 핀란드 여행의 추억도 담고 있어서, 매년 겨울이면 핀란드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내 손에서 떠난다. 안녕


뱅뱅 청바지

9년 전에 마트에서 할인가 5천 원을 주고 샀던 뱅뱅 청바지. 허리 부분이 쫄쫄이로 되어 있어서 어찌나 편했던지! 나는 허리와 허벅지 사이즈가 애매하여 기존 청바지를 사면 잘 맞지 않아서 바지 입는 것을 싫어했다. 허벅지에 맞추면 허리가 헐렁하여 허리띠를 꼭 해줘야 했는데, 허리 부분이 밴드형인 청바지를 처음 본 거 같다. 스키니진이 유행하던 시점이기도 하다. 자주 입고 빨아서, 청색이 빈티지하게 빠졌는데, 펑크가 나버렸다. 약 10년간 진짜 잘 입었는데, 가성비 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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