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 된 것
어릴 때 억지로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되었다. 나는 피아노에 흥미도 없었고, 무한 반복 연습이 열 살의 초등학생에게는 힘들었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마음속에서도 죄책감이 들고, 눈치를 보게 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때 엄마에게 한 말은, "엄마, 돈 아까우니 난 피아노 학원 안 갈래요. 태권도 학원이 낫겠어요" 이런 말이었다. ㅎㅎ
이번 구정 때 내가 그린 그림을 집에 가져갔더니 엄마가 옛날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이 나를 그림대회에 내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보냈는데, 큰 상을 타 오니 그때부터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건 아닌지, 미술공부를 밀어주려면 돈이 엄청 많이 든다고 들어서 더욱 근심이 생기셨다고. 그래서 나를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나는 정말 웃펐다. 태권도 학원가서는 날라리 친구들을 사귈까 봐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ㅜ.ㅜ
어린아이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알고 나니, 옛날부터 억지로 하는 공부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는데 그것도 좀 해결된 것 같다. 부모님을 원망하진 않는다. 나는 나이들고 미술공부를 한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기에, 또 그땐 그것이 우리 모두에겐 최선이었을거라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 피아노를 다시 쳐 보고 싶어서 학원도 알아보고 했는데 역시나 시간이 없었다. 퇴사한 지금은 시간부자니까...! 예전 기억을 살려서 다시 하나씩 독학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 있는 전자 키보드를 꺼냈다. 다시 꺼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예감이 든다.
그리하여, 다시 쳐 보았다. 계이름이 읽힌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한 음 하나 하나,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