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햇볕에 말렸다.
구정 연휴 때, 더 자세히 말하자면 대체 공휴일이었다. 화장실 청소를 엄청 열심히 했다. 호텔 화장실급까지는 아니었지만, 아주 반짝반짝 빛나게 청소했다. 안 쓰던 화장실 용품들도 정리하고, 때 묻은 도구들을 물청소했다.
재밌는 것은 '청소용 도구'들이 청소당했다.
뚫어 뻥, 청소용 칫솔, 청소용 솔... 건조도 시키고 햇볕 소독도 할겸 창가 쪽에 늘어놨다. 평소 더럽다고 생각했던 뚫어 뻥이 햇볕에 반짝였다. 저것이 반짝이다니... 핑크색, 보라색, 현광 색, 파란색... 저런 색깔의 물건들이었구나. 싶었다.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속 아주 구석 한켠도 빛나는 것 같았다. 위선, 불평, 자만, 의심, 욕심들이 햇볕 소독을 하는 기분이었다. 명상이란 것이 뭐 별다른 것인가, 같은 물건이 다르게 보이면 그것도 명상이 아니겠는가. 새해맞이 기념행사로 대대적인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 같았다. 매년 해봐야겠다.
회사원이었다면 대체공휴일이니 뭔가 또 지르러 혹은 놀러 집에 없었을 것 같았다.
4개월째 안녕한 백수의 연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