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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람 Feb 09. 2017

2. 잠깐 이별

시간을 갖자는 말

시간을 갖자는 말은, 마치 이별통보 또는 이별 예보와 같을 거야. 불안한 예측이 빗나가길 바라면서 하루하루 힘들어하는 우리 언니들. 힘들지 말았으면 좋겠어. 왜 이리 힘들어하냐고 물어보면, 예전에도 들었던 말이래.


이미 이별을 겪고 재회 성공한 분들도 있어.  재회 그 한 번의 성공. 큰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사실 재회하기 전에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건강한 재회를 맞이할 수 있어. 재회하고 나서는 굉장히 불안하고 상대방 눈치를 보는 입장이 될 수 있거든. 재회를 간절히 바랬던 사람이 갑을관계에서 을이 되는 거야. 그래서 사랑을 더 확인받고 싶고, 작은 제스처에도 다양한 해석을 하게 돼. 자존심 상해서 또 티 내기는 싫고. 그래서 다른 쪽으로 우리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마구 나와. 이 사람이 또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게 너무 슬픈 일이야. 그래서 재회에 앞서서, 이 잠깐 이별의 시간에 대해 정리하고 싶어 졌어.


누군가 '헤어진 사람은 또 헤어진대'라고 말한다면 나는 '만날 사람은 다시 만나'라는 말로 응수하겠어. 서로를 위해 잠시 떨어져 있던 시간은 매우 슬프지만, 일단 받아들여야 해. 아직 헤어진 것은 아니다는 희망으로, 잠시 나를 내려두고.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해. 그래야 다시 만나는 날, 다른 아우라(분위기)를 뿜어낼 수 있거든. 다시 만날지, 아니면 우리는 여기까지 인지는 그 끝은 봐야 아는 거야.


예를 들어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일주일 후에 만나기로 했다면, 일단 일주일 동안 연락을 하면 안 돼. 징징 울면서 여러 개 톡을 보내면 답은 올 수 있는데, 그게 되게 좋지 않아. 상대방도 차분히 생각하려고 하는데 방해하고 오히려 이기적인 사람으로 오해받거든. 그래서 이 '잠깐 이별'의 시간 동안 우리가 할 일을 일주일이라는 기준으로 한번 설명을 할게. 일주일은 이런 방식으로 나 자신만 보자!


일주일 슬픔 사용법

월요일 : 슬프면 일단 시원하게 운다. 집에서 울기 민망하면 친구네 집에 가서 운다.(친구에게 미안하지만)


화요일 : 침대에 편안한 자세로 눕고 모든 불을 끄고 이어폰을 끼고 아무 음악이나 듣는다. (카톡 소음주의)


수요일 : 주말에 참여할 이벤트들을 알아본다. 위즈돔이나 집밥 사이트에서 모임을 알아보거나 글쓰기, 위빙 같은 원데이 취미반을 찾아본다. 결제를 해놔야 잊지 않고 갈 수 있다는 게 팁.


목요일 : 수영장 혹은 헬스장을 간다. 1일권도 있다. 정신없이 운동한다. 밥맛도 없고 운동할 힘도 없다는 것 잘알아. 하지만 이렇게 카톡 하는 힘으로, 그냥 헬스장 가는거야. 앉아만 있더라도... 물도 마시고 샤워는 하고 오잖여. 


금요일 : 물과 고양이 사료를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다. 길냥이를 못 만날 수도 있다.  


토요일 : 수요일에 알아봤던 이벤트를 찾아간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간다.


일요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테라)와 같은 명저를 읽는다.


지덕체를 갖추고 상대를 다시 만나는 방향으로 지내보자. 사실 신이 우리에게 '잠깐 이별'을 주는 이유는 우리의 열정, 우리의 에너지를 연애에만 쏟길 바라지 않아서야. 신은 우리 내면에 잠재해있는 예술성을 깨우고 싶어서 잠깐의 슬픔을 허락하셔. 이 슬픔을 울어서 털어 버릴 것도 있지만, 우리 내면에 치유해야 할 것이 있다면 남친이 아닌 글로, 예술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누군가를 보살핌으로 관점을 바꾸라는 메시지야.


슬픈 감정도 신의 선물이거든. 어떤 예술가는 일부러 자신을 자해하기도 해.... (그 예술이 뭐길래.... ) 나의 감정을 절실히 깨닫게 하는 것도 행복보다는 슬픔인거 같애. 나를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들고. 슬픔과 같이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지. 슬픔이 지나면 다시 행복이 오니까.



이터널 선샤인. 차람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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